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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대장암 환자의 약 40%에서 발견되는 KRAS 유전자 변이는, 표적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현저히 낮아 치료가 어려운 변이로 알려져 있다. 특히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을 표적으로 한 기존 치료가 KRAS 변이 환자에게는 무효하다는 정설은, 오랫동안 해당 환자들을 치료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근거가 되어왔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MedUni Vienna) 산하 암연구센터와 종합암센터 공동 연구진이 최근 국제 학술지 《EMBO Molecular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 같은 오랜 통념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진은 KRAS 변이가 있는 대장암에서도 EGFR이 여전히 활성화돼 있으며, 차단 시 종양세포의 대사와 생존 경로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는 KRAS 변이를 보유한 생쥐 유래 미세종양 모델(오가노이드)을 기반으로 수행됐다. EGFR를 유전적으로 제거하거나 약물로 차단하자, 종양세포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당(포도당)과 아미노산을 처리하기 시작했고, 전체적인 에너지 대사 구조가 재편됐다. 이는 곧 새로운 ‘약점’을 뜻할 수 있다.


더 나아가 EGFR 차단 시, 세포 크기가 감소하고 줄기세포 신호 및 Wnt 경로가 활성화되었으며, 세포가 완전히 새로운 분화 프로그램에 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종양세포가 EGFR 억제에 대한 일종의 적응 반응을 보이며, 동시에 성장 신호가 약화되고 생존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Smoc2’라는 유전자가 핵심 조절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전자는 세포 대사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신호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환자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이 유전자가 포함된 유전자 시그니처는 KRAS 변이 대장암 환자의 생존율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EGFR이 KRAS 변이 대장암에서도 무의미하지 않다는 생물학적 근거를 제시함과 동시에, 실제 임상에서 해당 환자들을 EGFR 표적치료에서 배제하는 현재 관행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연구진은 “향후 EGFR과 KRAS를 동시에 차단하는 병용치료 전략이 대장암의 새로운 치료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마리아 시빌리아(Maria Sibilia) 교수는 “치료 옵션이 극도로 제한적인 환자군일수록 기존의 가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발견은 그런 시도의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EGFR 표적항암제의 재조명뿐 아니라, KRAS 변이 대장암의 이분법적 치료 접근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환자 선별 기준과 병용치료 개발에 반영된다면, 수많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