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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회경제적 지위가 노년기 뇌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대규모 유전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100만 명에 가까운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소득·직업·교육 수준·사회적 박탈 등의 요소가 뇌의 백질 변화와 연관돼 있으며, 이는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 위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소득, 교육, 직업, 사회적 박탈이라는 네 가지 사회경제적 지표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유전적 신호가 존재함을 발견했다. 이 신호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유전적 요인’으로 명명되었으며, 전체 유전체 연관 분석(GWAS)을 통해 554개 유전적 영역과 연계돼 있음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뇌 백질 고강도 병변(white matter hyperintensities) 축적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뇌 백질 고강도 병변은 노화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는 MRI 영상상 이상소견으로,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의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이러한 병변의 축적이 적은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적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연구에 참여한 40,000여 명의 별도 집단을 대상으로 한 뇌 MRI 분석에서도 동일한 경향이 확인됐다.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집단에서 뇌 백질 병변의 분포와 양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이는 교육 수준, 소득, 직업 안정성 등이 뇌 구조와 기능의 보존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유전자가 뇌 건강을 결정짓는다는 것이 아니라, 유전체 데이터를 통해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에든버러대학교 심리언어과학부의 데이비드 힐 박사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인과 가정, 지역사회 차원의 사회경제적 지표를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뇌 구조에 미치는 영향까지 추적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동일 기관의 샤를리 샤 박사는 “이번 결과는 뇌 건강이 유전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이라는 수정 가능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정책과 제도, 개인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인지건강 유지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되었으며, UK Biobank와 사회과학 유전학 컨소시엄(SSGAC)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연구진은 영국 에든버러·브리스톨대학,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네덜란드 자유대, 이탈리아 모데나대학, 암스테르담의학센터 소속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