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pressure-5282055_1280.jpg\"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치매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중국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중국 농촌 지역 주민 3만 4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단순한 관찰이 아닌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통해 혈압 조절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연구는 ‘중국 농촌 고혈압 관리 프로젝트(CRHC)’ 3단계의 일환으로, 선양 중국 의과대학 제일병원 심장내과 쑨잉셴 박사팀이 주도했다. 연구진은 혈압이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 환자들이 사는 326개 마을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은 일반적인 고혈압 치료를, 다른 그룹은 보다 적극적인 혈압 강하 치료를 받도록 했다. 이들은 평균 4년간 추적 관찰되었고, 그 결과 집중 치료를 받은 그룹의 치매 발병률은 4.59%로, 일반 치료 그룹의 5.4%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뿐만 아니라 집중 치료군에서 경도인지장애(CIND) 진단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인지 저하 증상을 보인 비율도 일반 치료군에 비해 낮았다. 집중 치료군에서는 17.2%가 해당 증상을 보인 반면, 일반 치료군에서는 20.7%로 확인되었다. 이는 집중적인 혈압 관리가 뇌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강력한 근거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혈압을 적극적으로 낮추는 치료는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 위험을 15%, CIND 위험은 16% 감소시키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며 “이번 CRHC 3상 시험은 고혈압 치료가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무작위 임상시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 보건의료 인력을 활용한 점이다. 마을 단위의 비의료 전문가들이 항고혈압제 투약과 생활습관 교육, 혈압 모니터링을 담당했으며, 이를 통해 일관된 치료가 가능했다. 반면, 기존의 일반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약물 복용이나 혈압 측정 기구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이전까지도 고혈압과 치매 간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제기되어 왔지만, 대부분 관찰 연구나 부차적인 분석에 그쳤다. 예컨대 2023년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고혈압을 치료받지 않은 노인이 치료받은 노인보다 치매 위험이 42% 높다는 결과가 제시되었지만, 이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CRHC 3상 연구는 치매를 주요 결과로 설정하고 설계된 최초의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세계적으로 치매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WHO는 2021년 기준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를 약 5,700만 명으로 추산했으며, 이 수치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치매가 사망 원인 1위로 떠오르며, 정부와 민간기업이 백신 등 다양한 예방 수단을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체계적인 고혈압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혈압 조절을 통해 인지 건강을 지키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사회 전체의 의료비 부담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앞으로도 정책적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