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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기존 항진균제에 내성을 보이는 진균 감염이 확산되면서 치료법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난징에 위치한 중국약학대학 연구진이 새로운 박테리아 유래 화합물인 ‘만디마이신(mandimycin)’을 발견해 학계와 의료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연구 결과는 3월 19일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만디마이신은 다른 주요 항진균제에 내성을 가진 다양한 감염성 진균을 성공적으로 사멸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에서 연구진은 항진균제 내성을 가진 칸디다,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르만스,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를 배양한 뒤, 이들을 만디마이신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해당 균류들이 효과적으로 제거되었으며, 특히 기존 치료제에 모두 내성을 보이는 칸디다 아우리스 감염에 대해서도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이는 면역 저하 환자에게 치명적인 침습성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진균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칸디다는 인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효모균이지만 과증식 시 감염을 유발할 수 있으며, 혈류나 심장, 뇌 등으로 침투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침습성 칸디다증을 일으킨다. 또한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르만스는 흡입을 통해 폐나 중추신경계에 감염을 유발하며,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는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침입해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들 진균은 모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진균 우선 병원균 목록’에 포함돼 있으며, 치료법의 필요성이 특히 높은 병원균들이다.


만디마이신은 기존의 폴리엔 계열 항진균제에 속하면서도 독특한 작용 기전을 갖고 있다. 진균 세포막의 인지질에 결합해 세포 내 칼륨을 누출시키고, 결국 세포막 자체를 붕괴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주요 항진균제인 아졸, 에키노칸딘, 폴리엔과는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진균이 내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현재 임상 1상 시험 중인 엘리온 테라퓨틱스의 SF001 같은 다른 폴리엔 마크로라이드는 에르고스테롤에 결합해 작용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실험실 환경에서 진균이 SF001의 기반이 되는 암포테리신 B에 내성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만디마이신에는 내성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장기적 치료제 개발에서 중요한 이점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미국 국립생명공학정보센터(NCBI)가 보유한 31만 6천여 종의 박테리아 유전체를 분석해, 스트렙토미세스 네트롭시스(Streptomyces netropsis)라는 박테리아에서 만디마이신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확인했다. 이는 자연 환경 속 박테리아가 곰팡이와의 생존 경쟁을 통해 진화시킨 방어 기전의 산물로, 진균 감염 치료에 있어 자연 유래 물질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전망 논문을 공동 작성한 화학자 아룬 마지 박사와 마틴 버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세균이 20억 년 동안 보관해 온 방대한 화학 무기고를 디지털로 해독한 것과 같다”며, 만디마이신을 ‘곰팡이 내성을 돌파하는 극비 무기’에 비유했다. 항진균 치료의 새 지평을 여는 이번 발견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항진균제 내성에 대한 강력한 대응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진균 감염 치료에 있어 과학과 자연이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은 이번 연구는, 점차 위협이 되고 있는 감염병 대응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