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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일상 속에서 코가 얼마나 중요한 감염 경로인지 분명히 보여줬다. 바이러스가 공기 중 비말을 통해 전파되고, 대부분의 호흡기 질환이 코를 통해 시작된다는 점에서 비강은 질병의 최전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막기 위한 뚜렷한 예방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최근 발표된 연구는 새로운 방식의 호흡기 질환 예방 가능성을 열어주며 주목받고 있다.


하버드 의대와 브리검 여성병원의 생명공학 연구진은 기존 의약품이 아닌,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된 비활성 화합물로 만든 새로운 비강 스프레이 ‘PCANS’를 개발해 강력한 바이러스 방어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25일 국제 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실렸다. PCANS는 단 한 번의 투여만으로도 쥐를 치명적인 H1N1 독감 바이러스로부터 4시간 동안 완전히 보호했다. 스프레이를 맞은 모든 쥐는 생존했으며, 감염 증상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투여받지 않은 쥐는 모두 사망했다.


이 스프레이의 핵심은 ‘물리적 차단’에 있다. 초기에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의 약물 전달 시스템으로 개발된 기술이었지만, 팬데믹 이후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 응용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 연구 방향이 전환됐다. 연구팀은 약물 없이도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막을 수 있도록, 코 점막에 보호막을 형성하고 병원체와 결합하여 이를 차단하며, 공기 중 미세 비말을 포획해 호흡기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성분 조합을 실험했다.


특히 주목받는 성분은 잼 제조에 쓰이는 펙틴과 하이드로겔 형성에 사용된 겔란이다. 펙틴은 점성이 강한 특성으로 인해 병원체를 효과적으로 가두는 기능을 했고, 겔란은 점막과 섞여 기계적 강도를 기존보다 100배 이상 증가시켰다. 실제로 인간 비강을 모사한 3D 모델과 다양한 병원균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PCANS는 SARS-CoV-2, 인플루엔자 A, 아데노바이러스, RSV, 대장균, 폐렴간균 등 다양한 병원균을 효과적으로 중화하는 성능을 보였다.


물론 아직 완전한 의학적 증거로 보기에는 조심스러운 시선도 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폐생물학자 샌드라 라이벨 박사는 “병원균이 점액섬모 작용을 통해 기도로부터 제거돼 장으로 이동한다고 기술되어 있지만, 실험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못했다”며, 병원체 제거 과정을 보다 명확히 입증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은 현재 ‘Profi’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출시되어 코 위생용 제품으로 판매 중이며, 향후 병원균 예방을 위한 임상 시험을 확대해 의료용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연구를 이끈 니틴 조시 박사는 “Profi가 이미 긍정적인 고객 반응을 얻고 있으며, 다양한 병원균 대응 제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비강 방어 전략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