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dler_memory_thumbnail.jpg\"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아이가 무엇인가를 유심히 바라보는 행동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기억을 판단하는 능력 발달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 UC 데이비스 심리학과와 뇌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2세 유아가 이미지 두 개를 반복해서 비교해보는 ‘시선 행동’이, 1년 뒤 기억의 정확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메타기억 모니터링)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연구를 이끈 심리학자 시모나 게티(Simona Ghetti) 교수는 “아이들이 이미지에 집중하고 비교하는 행동은 자신도 모르게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는 초기 메커니즘”이라며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기억의 정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인지적 틀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총 176명의 유아를 대상으로 진행된 장기 추적 연구의 일부다. 연구진은 생후 24개월 된 유아들에게 두 개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그 중 어느 하나가 이전에 본 것인지를 선택하게 했다. 이후 1년 뒤 같은 방식의 테스트를 반복했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본인의 선택에 대해 얼마나 확신하는지도 물었다. 이 모든 과정은 정밀한 시선추적 장치를 통해 유아가 이미지 사이를 몇 번이나 번갈아 보는지 측정하면서 진행됐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2세 때 이미지를 자주 비교한 아이들일수록 3세가 되었을 때 자신의 기억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더 잘 판단할 수 있었다. 기억이 맞았을 때는 높은 확신감을 보였고, 틀렸을 때는 확신이 낮아지는 양상도 뚜렷했다. 즉, 어릴 때부터 선택 전에 정보를 비교하는 습관이 기억을 평가하는 능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 능력은 언어 발달이나 \'마음이론(theory of mind)\'과는 큰 연관이 없다는 점이다. 즉, 자신과 타인의 정신 상태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도 메타기억의 초기 형태는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공동저자인 사라 레키(Sarah Leckey) 박사는 “초기 메타기억은 언어적 표현이나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발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기억 모니터링은 우리가 어떤 기억이 정확한지를 판단하고, 확실하지 않은 기억은 의심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이는 학습 과정과 의사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나아가 실수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한다. 이번 연구는 유아의 ‘비교하는 행동’이 이러한 고차원적 인지 능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이번 연구는 학습 초기 단계에서의 환경 설계와 유아 교육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어린아이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다양한 정보를 비교해보게 하는 활동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미래 인지 기능을 키우는 결정적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