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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말라리아는 감염된 모기에 물려 전염되는 기생충성 질환으로,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여전히 심각한 보건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증상이 없는 감염자는 질병 전파의 ‘숨은 고리’로 작용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존 진단법으로는 감염 사실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가나에서 수행된 한 현장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화학 및 생화학 교수인 아브라함 바두-타위아가 개발한 종이 기반 진단 장치는 기존의 검사 방법들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 장치는 겉보기에 단순한 종이 조각이지만, 혈액 내 말라리아 항원을 검출할 수 있는 분자가 종이에 코팅되어 있으며, 현장에서 간단한 계측기로 분석할 수 있다. 혈액 한 방울만 있으면 화학 반응을 유도해 말라리아 감염 시 나타나는 특이 항원을 측정한다. 진단 결과는 약 30분 만에 확인할 수 있으며, 기기를 냉장 보관하지 않고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딴 지역에서도 적합하다.


연구팀은 2022년 가나 아샨티 지역에서 5주간 무증상 성인 자원자 266명을 대상으로 이 장치를 시험했다. 비교 대상으로는 현미경 검사, 시중 신속 진단 키트, PCR 검사 등 기존의 말라리아 진단법들이 활용되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종이 기반 장치는 184건의 감염 사례를 탐지해냈고, 이는 PCR 검사에서 확인된 142건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반면 현미경 검사는 단 24건의 양성만 포착하는 데 그쳤다. 말라리아 감염자의 혈액 속 기생충 밀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검사법들이 상당수 감염자를 놓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장치의 민감도는 96.5%로 나타났으며, 이는 고가의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한 PCR 검사와 유사한 수준이다. 반면 현미경 검사는 17%, 신속 진단 키트는 43%의 민감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기생충 밀도가 낮은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신속 진단 키트는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진은 일부 샘플에서 위양성 결과가 나왔지만, 이는 혈액 점도 차이로 인한 채널 재분배 현상 때문일 가능성이 있어 장치 구조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말라리아뿐 아니라 다른 전염병 진단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복잡한 실험실 인프라 없이도 현장에서 바로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질병 감시와 대응에 큰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백신 접종 확대로 자연 면역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보다 정밀한 감시 체계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저렴하고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이 종이 기반 진단 기술이 향후 말라리아 퇴치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