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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정신과에서 흔히 처방되는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진정제가 치명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인 루게릭병(AL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진단 이후 환자의 생존기간 단축 및 기능 저하 속도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 연구팀은 JAMA Network Open에 게재한 최신 논문에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스웨덴에서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1,057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성별과 연령을 기준으로 일반 인구 5,281명과의 비교뿐 아니라, 루게릭병 환자의 형제자매 709명과 배우자 871명도 포함해 약물 복용 이력이 ALS 발병 및 경과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진단 전 항불안제를 복용한 경우 ALS 발병 위험이 34% 높아졌으며, 수면진정제는 21%, 항우울제는 26%의 위험 증가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이 나타났다.


더 나아가, 루게릭병 진단 이후의 경과에도 정신과 약물 이력이 영향을 미쳤다. 항불안제 복용 이력자는 사망 또는 기계적 호흡보조(삽관) 위험이 52% 증가했으며, 항우울제 복용 이력자의 경우 이 위험은 72%까지 상승했다. 수면진정제는 23%의 위험 증가가 나타났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다소 미흡한 수준이었다(HR, 1.23; 95% CI, 0.94–1.61).


또한, 기능 저하 속도를 반영하는 ALS 기능 척도(ALSFRS-R) 분석에서는 항우울제 복용군에서 더 빠른 기능 저하가 관찰되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에 대해 “정신질환 자체 혹은 해당 질환에 처방되는 약물이 ALS의 위험 또는 진행과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정신과적 증상이 루게릭병의 초기 징후이거나, 운동신경세포 변성과 공통된 병태생리를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LS 환자들은 진단 이전부터 우울, 불안,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비운동성 증상이 질환의 ‘전구기적 증상’일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어 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는 인구 기반 통계적 근거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HPA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기능 이상, 글리아세포의 활성, 신경 염증반응 등 정신질환과 ALS를 연결할 수 있는 생물학적 경로들이 후속 연구를 통해 추가 규명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ALS의 조기 경고 신호를 해석하는 데 있어 정신질환 및 약물 이력에 대한 다학제적 접근의 중요성을 제시하는 한편, 향후 치료 전략 수립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