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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때 단순한 ‘노폐물 대사산물’로 여겨졌던 **빌리루빈(Bilirubin)**이 말라리아 감염 시 생명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됐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와 포르투갈 굴벤키안 의생명과학연구소(Gulbenkian Institute for Molecular Medicine)가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빌리루빈이 감염 질환 중증도를 낮추는 새로운 치료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말라리아는 WHO 기준 매년 2억 6천만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고, 약 60만 명이 사망하는 치명적인 열대 감염병이다. 이 연구는 말라리아 감염자 중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에 빌리루빈이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무증상 환자의 빌리루빈 수치가 증상 환자보다 평균 10배 높았으며, 이 수치가 말라리아로부터 보호작용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한 연구팀은 뇌 보호 효과로 주목받은 빌리루빈 관련 기존 연구를 기반으로, 말라리아 감염 후 쥐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빌리루빈을 자체적으로 생성하지 못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한 쥐는 말라리아 감염 후 모두 사망한 반면, 일반 쥐는 모두 생존했다. 더 나아가 외부에서 빌리루빈을 투여하자 유전자 변형 쥐들도 생존율이 크게 증가하는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존스홉킨스 의대 분자약리학과의 빈두 폴(Bindu Paul) 교수는 “빌리루빈은 신경세포를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번 연구로 감염병 보호 역할까지 확장된 셈”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뇌질환까지 포함한 다양한 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말라리아와 빌리루빈의 연관성은 예전부터 간헐적으로 언급되어 왔으나, 그 기능이 보호적인지 유해한지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쥐 모델과 인체 혈액 샘플을 모두 포함해 직접적인 보호 효과를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포르투갈 연구팀은 빌리루빈 생성을 유도하는 BVRA 단백질의 기능 유무에 따라 감염 진행 정도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빌리루빈 생성을 촉진하거나, 외부에서 이를 보충하는 방식의 감염 질환 치료제가 향후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연구팀은 빌리루빈의 뇌 보호 작용에 대한 추가 연구도 진행 중이며, 향후 뇌염, 신경변성 질환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