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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BIO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5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생명과학의 중심축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제약바이오 기업, 정책 결정자, 환자단체, 연구자들은 한목소리로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과학적 발견의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지만, 그 성과가 환자에게 실제 전달되기까지는 여전히 수많은 장벽이 존재한다는 현실이 재조명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20개의 신약을 출시하겠다는 계획 아래 이미 9개를 선보였지만, 단순한 혁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이번 행사에서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수용성’, 즉 보건 시스템과 정책, 사회가 새로운 치료법을 얼마나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용할 수 있느냐는 실행의 문제다.


컨퍼런스는 유전자·세포치료,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인공지능 기반 임상설계 등 미래기술을 중심으로 펼쳐졌지만, 핵심 논의는 ‘이 기술이 실제 환자에게 도달하고 있느냐’였다. 많은 참석자들은 규제 개편, 보험 시스템 혁신, 산업 간 신뢰 구축 없이 혁신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단순히 과학의 진보를 자축할 것이 아니라, 이를 사회 전반에 흡수시키는 ‘문화적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제조 인프라는 이런 실행력의 숨은 동력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더 이상 제약 생산은 굴뚝 산업이 아니라, 디지털화된 품질관리, 유연한 공급망, 고도 전문 인력을 기반으로 한 첨단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특히 생물의약품이나 세포치료제는 고도의 맞춤형 생산이 필요해 인프라 없이는 단 한 명의 환자도 구할 수 없다는 점이 부각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이중화된 공급 전략과 지속 가능한 제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와 공급의 유연성은 단순한 물류가 아닌 생존과 직결된 역량이 된 셈이다.


정책은 이 모든 변화의 가속 페달이다. 컨퍼런스에서는 임상시험 유연화, 신속 승인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 등 정책의 역할이 다시 한 번 강조됐다. 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 내 90% 이상의 희귀질환은 아직 승인된 치료제가 없는데,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의 예측 가능성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만성질환 대응 역시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심혈관, 신장, 대사 질환이라는 6개 만성질환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단일 치료가 아닌 통합적 환자 중심 전략을 제안했다. 이런 대규모 질환 영역에서는 임상 가이드라인의 신속한 채택과 인구집단 단위의 실행 전략이 관건이 된다.


보스턴 현장의 에너지는 미국이 여전히 세계 생명과학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반영했지만, 이는 결코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혁신을 받아들이는 개방성, 산업과 정부의 협력 생태계, 인재를 끌어들이는 투자 유인이 유지되어야만 리더십도 유지된다는 것이다.


BIO 2025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이제는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할 때다. 치료제 개발은 혼자 할 수 있지만, 치료의 실현은 사회 전체의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