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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 뱅크

 

전 세계 아동 예방접종률이 지난 수십 년간 큰 폭으로 향상됐지만, 최근 10여 년 사이 그 증가세가 뚜렷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국가에서 접종률 회복이 더디고, 백신 불신의 확산까지 겹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2030년 면역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1980년부터 2023년까지 204개국 및 지역의 아동 예방접종 데이터를 분석해, 장기적 추세와 국가별 편차를 종합적으로 조망했다. 분석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9년까지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홍역, 소아마비, 결핵 등 주요 질병에 대한 접종률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제로도스 아동(한 차례도 접종받지 않은 아동)’ 수는 75%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이 같은 성과는 정체됐으며, 일부 고소득국에서는 오히려 백신 접종률이 하락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특히 2010~2019년 사이 36개 고소득국 중 21개국에서 적어도 한 가지 백신의 접종률이 낮아졌고, 100개국 이상에서는 홍역 백신 접종률이 감소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제로도스 아동 수가 다시 급증해, 2019년 1470만 명에서 2021년에는 1860만 명으로 증가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워싱턴대학교 보건계량분석연구소의 조너선 모서 교수는 “2010년 이전까지는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집단에 대한 접종이 중심이었으나, 이후 남은 아동들은 접근이 어렵거나 백신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정학적 불안, 도시 슬럼, 농촌 고립지대, 전쟁 등으로 인해 보건 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지역에서는 접종률 제고가 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WHO-유니세프 공식 양식, 대규모 가구조사 등 1000건 이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11종 아동 백신의 접종률을 추정했으며, 팬데믹 영향을 반영한 보정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2030년까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P) 백신만이 90% 접종률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마저도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또한 연구는 예방접종의 불균형이 주로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 집중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전 세계 제로도스 아동의 절반 이상은 나이지리아, 인도,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수단,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8개국에 집중돼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붕괴, 의료 인력 재배치, 물리적 거리두기 등은 전 세계 예방접종 시스템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접종률이 급락하지 않은 것은 국제 보건 커뮤니티의 조율된 대응 덕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백신 접종 외에도 증가하는 인구 압박, 국제 보건예산 삭감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이 향후 면역 격차를 더 심화시킬 수 있음을 경고하며, 지속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 개입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