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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피부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가장 큰 기관으로, 손상 시 다양한 질환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피부암이나 만성 상처, 자가면역성 피부 질환 등은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렵고 치료도 제한적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스위스의 재료과학연구소인 EMPA 연구진은 살아있는 인공 피부 모델 개발에 나섰다.


이 연구는 단순한 실리콘 모형이나 디지털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피부처럼 층층이 조직이 구성된 ‘살아있는 피부’를 목표로 한다. EMPA는 생체모방막·직물 연구실과 바이오인터페이스 연구실 소속 연구자들이 협력해, 피부의 구조적 복잡성과 생물학적 특성을 정밀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스위스 국가 연구 프로젝트인 SKINTEGRITY.CH의 일환으로 진행 중이다.


인공 피부의 핵심 재료는 하이드로젤이다. 하이드로젤은 다량의 수분을 머금을 수 있어 피부의 세포외기질을 모사하는 데 적합하다. 여기에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하면, 다양한 피부세포를 지정된 위치에 배치하며 실제 피부와 유사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하이드로젤이 액체와 접촉하면 크게 팽창해, 정교한 구조 구현이 어렵다는 점이다. 반대로 팽창하지 않는 하이드로젤은 가공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EMPA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적 딜레마를 자연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대구, 명태, 해덕 같은 냉수어의 피부에서 추출한 젤라틴을 이용하면, 비교적 간단한 가공을 통해 부풀지 않으면서도 세포 배치가 가능한 하이드로젤을 만들 수 있다. 연구 책임자인 웨이 박사는 “생선 젤라틴 하이드로젤은 3D 프린팅에 적합하면서도 피부 구조 구현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 하이드로젤은 진피층과 표피층뿐 아니라 두 층 사이의 기저막까지 포함하는 복합 구조 구현에 유리하다. 또한 전기방사 기술과 병행해 보다 정교한 조직 모사도 가능하다. 살아있는 세포를 첨가하지 않아도 상처 드레싱 재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생물학적 안전성도 높다. 어류 젤라틴은 포유류보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멀기 때문에 면역 반응 유발 가능성이 낮고, 동물 질병 전파 위험도 적다.


이 기술은 상처 치료를 넘어, 질환 모델링과 약물 시험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연구진은 현재 관련 특허를 출원 중이며, 향후 이 피부 모델을 전 세계 과학자들과 공유해 질환 연구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웨이 박사는 “정밀하고 안전한 인공 피부 모델은 피부 질환의 원인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이드로젤의 특성과 응용 가능성을 더욱 깊이 연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