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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숨 자고 나니 답이 떠올랐다”는 말은 단순한 기분이 아닌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PLOS Biology》에 실린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훔볼트대학교 공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짧은 낮잠 중 특정 수면 단계인 N2 단계에 도달하면 창의적 통찰, 즉 \'아하(moment of insight)\' 경험을 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90명의 참가자에게 화면 속 점들을 따라가는 단순한 작업을 시켰다. 이 작업은 사실 간단한 ‘편법’이 존재했지만, 실험에선 이를 일부러 설명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반복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가운데 이 ‘숨은 규칙’을 알아차릴 수 있는지 관찰한 것이다.


첫 4번의 실험 후, 참가자들은 20분간 낮잠을 자도록 안내됐고, 이 과정에서 뇌파(EEG)를 실시간 측정했다. 이후 동일한 작업을 다시 수행한 결과, 무려 70.6%의 참가자들이 실험 전에 알지 못했던 문제 해결의 핵심 규칙을 깨닫는 \'아하\' 경험을 했다.


특히 N2 수면(비렘 수면의 두 번째 단계)에 도달한 참가자 중 85.7%가 작업의 핵심 규칙을 파악했으며, 이는 단순히 눈을 감고 있었던 이들(55.5%)이나 얕은 수면 단계인 N1에 머무른 이들(63.6%)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였다. 연구진은 EEG 분석을 통해 N2 수면 중 더 가파른 ‘스펙트럼 기울기(spectral slope)’가 나타난 참가자일수록 높은 통찰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실험은 휴식 여부 자체보다도 수면의 질, 특히 N2 단계에서 나타나는 뇌 활동의 특성이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전 동일한 과제를 수행했지만 수면 시간이 없었던 실험에서는 49.6%만이 ‘아하’ 경험을 했던 것으로 나타나, 이번 연구 결과를 더욱 뒷받침한다.


공동 저자인 니콜라스 슈크 박사는 “짧은 수면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전에 보지 못했던 연결고리를 인식하게 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며 “이러한 효과의 핵심이 EEG 스펙트럼 기울기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은 후속 연구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동 연구자 아니카 뢰베는 “수면 중 스펙트럼 기울기의 가파름과 창의적 인사이트의 관계는 우리가 이전의 컴퓨터 모델 연구에서 확인했던 뇌 내 가중치 다운조절 메커니즘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하며, “이 결과는 단순한 직관이 아닌 신경과학적으로도 설명 가능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낮잠이 단순한 휴식을 넘어 뇌의 문제 해결 능력을 증진시키는 생리적 조건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사례다. 특히 예술가나 창의적 직군 종사자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해온 ‘낮잠 후 영감’ 현상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해낸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