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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지속적인 귀울림이나 이명(tinnitus), 일반인에게는 평범한 소리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청각과민(hyperacusis)은 전 세계 수억 명이 겪는 만성 청각질환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어 환자 자가 설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안이비인후과병원(Massachusetts Eye and Ear)과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이명과 청각과민 환자의 무의식적인 생리적 반응을 분석해, 이 증상의 중증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일부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2025년 4월 30일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먼저 만성 이명 또는 청각과민을 호소하는 성인 47명과 건강한 대조군 50명을 비교했다. 각 피험자에게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고, 두 가지 생리 반응—동공 확장(pupil dilation)과 미세 안면 근육 움직임—을 분석했다.


먼저 소리에 따른 동공 반응을 측정한 결과, 모든 참가자의 동공은 자극 시작 약 0.5초 후에 급격히 확장됐다. 특히 소리가 불쾌할수록 동공이 더 많이 확장되었으며, 이명이나 청각과민을 가진 참가자일수록 모든 소리에 대해 동공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이 반응은 기존 설문조사 기반 증상 중증도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어 연구팀은 AI 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참가자들의 안면 움직임을 정밀 분석했다. 얼굴의 근육 움직임은 소리의 성격에 따라 달랐다. 음악처럼 기분 좋은 소리에는 입꼬리 주변이 미세하게 움직였고, 고통스러운 동물 울음 같은 자극에는 눈과 이마 근육이 긴장됐다.


흥미롭게도, 이명이나 청각과민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반응이 눈에 띄게 둔화되어 있었다. 이는 청각 정보에 대한 뇌의 정서적 반응이 왜곡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동공 확장과 안면 반응은 이명 중증도 설문 점수를 매우 정확히 반영했으며, 청각과민 점수와도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생리 반응들이 청각계의 ‘중추 신경 이득(central auditory gain)’과도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소리 자극에 대한 뇌의 과잉 반응을 의미하며, 이전부터 이명과 청각과민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러나 뇌파로 측정한 이 신경 반응은 증상 중증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는 병원에서 비교적 간단한 장비로 환자의 이명 및 청각과민 중증도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존처럼 환자의 주관적 증상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생체 반응 기반으로 정량화된 진단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다니엘 폴리 박사는 “이번 결과는 고가의 뇌 스캐너 없이도 이명 중증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임상시험이나 진료 현장에서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