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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건강한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중년 이후 기억력 감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과 미국, 스페인 공동 연구진은 50세 이상 성인 1만 760명을 대상으로 16년에 걸쳐 진행된 장기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노화와 정신 건강(Aging and Mental Health)’ 저널에 게재되었다.


참가자들은 2년 간격으로 총 9차례 기억력과 삶의 질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기억력 평가는 열 개의 단어를 즉시 기억하는 능력과 일정 시간 후 다시 떠올리는 능력을 통해 이루어졌고, 웰빙은 자율성, 즐거움, 자아실현 등 삶의 여러 측면을 반영한 설문지로 측정됐다. 연구에 앞서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은 제외됐다.


연구 결과, 웰빙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시간이 지나도 기억력이 상대적으로 더 잘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우울증 여부와 상관없이 일관된 결과로 나타났으며, 심리적 웰빙이 독립적으로 기억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웰빙과 기억력 사이의 상관관계는 크지는 않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연구진은 웰빙이 기억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 정서적 안정, 삶에 대한 만족감, 선택의 자유와 같은 심리적 요인을 꼽았다. 또 신체 활동과 사회적 교류 등 웰빙과 관련된 생활 습관이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웰빙이 높은 사람들은 통제감과 독립성을 더 크게 느낀다고 보고했다.


다만, 기억력이 웰빙에 영향을 준다는 역방향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웰빙 점수가 낮은 것이 인지 기능 저하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향후 인과관계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고령 인구의 인지 건강 관리 전략 수립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리버풀 대학교 심리학 강사 앰버 존 박사는 “긍정적인 웰빙이 단지 좋은 기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인지 기능 유지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기억력 감퇴와 치매는 노년기의 대표적인 건강 문제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매 예방을 위해 정신 건강 관리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 사회적 활동, 우울증 예방 등을 강조하고 있다. 본 연구 결과는 웰빙이 이 모든 요소와 연결된 개념임을 시사하며, 고령화 사회에서 정책적 대응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워싱턴대학교 심리 및 뇌과학부 에밀리 윌로스 박사는 “긍정적인 웰빙이 노화 과정의 기억력 감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치매 예방 전략에 유용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억력은 뇌 건강의 핵심 지표로 여겨지며, 삶의 질과 직결된다. 따라서 중년 이후에는 정신 건강과 삶의 만족도를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