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jpg\"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볼 안쪽을 실수로 깨물어 생긴 상처는 며칠 만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반면, 피부에 난 상처는 오래가고 흉터까지 남기기 쉽다. 이 차이를 만드는 ‘입안의 재생 비밀’이 처음으로 분자 생물학적으로 규명되며, 향후 흉터 없이 피부를 재생시키는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셔널 메디슨(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시더스사이나이 병원, 스탠퍼드대, UCSF(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가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연구진은 입안 점막 조직과 얼굴 피부의 회복 과정 차이에 주목했다.


시더스사이나이 소아센터 오피어 클라인 박사는 “왜 입안 상처는 흉터 없이 빠르게 회복되는가? 만약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면, 그 메커니즘을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연구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입안 점막의 상처는 1~3일 내 회복되는 반면, 피부 상처는 그보다 2~3배 긴 시간이 걸리며, 대개는 흉터가 남는다.


연구진은 실험용 생쥐의 입안 점막과 얼굴 피부 조직을 분석한 결과, GAS6-AXL로 불리는 세포 간 신호전달 경로가 입안 조직의 빠른 재생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경로는 FAK(초점부착 키나아제)라는 흉터 형성을 유도하는 신호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실제로 AXL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자 입안 상처도 피부 상처처럼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흉터성 반응이 나타났다. 반대로 피부 상처에 AXL 신호를 활성화하자 입안 점막처럼 빠르고 조직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회복되었다. 이 결과는 GAS6-AXL 경로가 흉터 없이 상처를 치유하는 핵심 메커니즘임을 시사한다.


공동 저자인 스탠퍼드 의대 마이클 롱에이커 박사는 “이번 동물 실험 결과는 매우 유의미하며, 향후 사람에게도 이 경로가 유사하게 작용하는지를 검증하는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AXL 활성화 기술이 개발될 경우, 수술 상처는 물론 만성 상처 치료에도 널리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까지 상처 치료에 사용되는 연고나 수술 방법은 회복을 돕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흉터를 예방하거나 제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왔다. 클라인 박사는 “현행 치료는 흉터를 완전히 막지 못한다. 이번 연구는 그 빈틈을 채우는 분자 생물학적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제까지 우리가 무심코 넘겨왔던 입안 상처의 빠른 회복에는, 재생의 힌트가 숨어 있었다. 이 분자 경로가 인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흉터 없이 상처를 회복하는 ‘입안 점막처럼 아물게 하는’ 치료가 현실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