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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폐암 환자의 치료 시기를 앞당기고,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액체 생검’ 기술이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에 본격 도입됐다. 이 혈액 기반 유전자 검사는 기존의 조직 생검보다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며, 일부 환자는 화학 요법을 피할 수 있어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NHS England는 최근 전국 176개 병원에서 약 1만 명의 비소세포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범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매년 1만 5,000명의 폐암 의심 환자에게 이 검사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조직 생검 방식보다 평균 16일 빠르게 표적 치료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액체 생검은 암세포에서 혈류로 방출되는 순환 종양 DNA(ctDNA)를 분석해 암의 유전적 특징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 검사를 통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고, 환자 맞춤형 표적 치료제를 신속하게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종양 조직 채취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정확한 유전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지닌다.


NHS는 이러한 검사 방식이 의료 비용 절감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독립적인 건강 경제 분석에 따르면, 액체 생검 도입을 통해 연간 최대 1,100만 파운드(약 190억 원)의 폐암 치료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현재는 폐암과 유방암 환자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췌장암, 담낭암 등 다른 암종으로의 확대도 검토되고 있다.


환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비소세포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41세 레베카 프록터 씨는 액체 생검을 통해 ALK 유전자 변이를 조기에 확인하고, 표적 치료제 브리가티닙을 시작한 사례다. 그녀는 “무서운 진단이었지만, 약 덕분에 삶의 일부를 되찾았다”며 “완치가 어렵더라도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어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검사를 이끈 알래스테어 그레이스토크 교수는 “처음으로 전국 단위로 액체 생검 우선 진단이 적용된 사례”라고 밝히며, “폐암 환자에게 더 빠르고 정확한 치료를 제공함은 물론, 향후 다른 암종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었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웨스 스트리팅은 “이번 검사는 NHS의 인간 중심 보건 시스템과 과학기술의 결합이 이룬 혁신적인 성과”라며, “더 많은 암 환자에게 빠르고 정밀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계속해서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액체 생검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암 환자의 치료 방식 전반을 혁신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단 한 번의 혈액 검사로 암의 발생 위치와 특성을 조기에 파악해 표적 치료에 신속히 연결함으로써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환자 개개인에 맞춘 치료 제공이라는 정밀 의료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