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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치매 유형으로, 뇌혈관의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노화와 함께 진행되며 알츠하이머병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혼합형 치매\"로 불리기도 한다. 문제는 현재까지 이 질환을 치료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뚜렷한 약물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UCLA Health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Cell에 게재됐으며, 혈관성 치매가 확산되는 뇌 영역에서 세포 간 신호 전달이 비정상적으로 교란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손상 부위 인근의 뇌세포 간에 오가는 수많은 분자를 분석해, 질병이 진행될수록 어떤 분자들이 상호작용에서 사라지거나 비정상적으로 작용하는지를 규명했다. 이를 통해 혈관성 치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분자 네트워크, 즉 \"상호작용체(interactome)\"를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혈관 내피세포와 미세아교세포 간의 염증 신호에 관여하는 CD39 효소와 아데노신 A3 수용체(A3AR)였다. 두 분자는 나이와 뇌의 국소 허혈로 인해 동시에 발현이 억제되며, 이는 혈관성 치매가 진행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D39는 아데노신을 생성하고, 이 아데노신은 A3AR에 결합해 뇌 염증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 체계가 손상되면 염증이 제어되지 않고 신경 손상이 악화된다.


연구팀은 이 CD39/A3AR 시스템이 회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현재 건선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물을 활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약물을 혈관성 치매 모델 마우스에 투여한 결과, 뇌 조직의 재생은 물론 기억력과 운동 능력까지 회복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약물 투여 시점이 손상 이후에도 효과가 있었던 점이다. 이는 실제 임상에서 늦게 진단되는 환자에게도 치료 가능성을 열어주는 결과다.


연구를 주도한 UCLA 데이비드 게펜 의과대학 신경과 S. 토마스 카마이클 교수는 “혈관성 치매에서는 세포 간 상호작용 자체가 병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왜곡된다”며, “이번 연구는 그러한 상호작용을 정확히 식별하고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공동 저자인 박사후연구원 민 티안 박사 역시 “단순한 증상 완화가 아닌, 손상의 근본 원인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진은 임상 시험 진입을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약물의 최적 용량과 장기적 안전성을 확인하고, 치료 효과를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이 치료법이 인체 적용 단계로 이어질 경우, 혈관성 치매의 치료 가능성은 지금보다 한층 밝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