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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의 진단이 단순한 혈액 검사만으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본 나고야대학교의 연구팀이 뇌에 존재하는 독특한 산성 글리칸인 ‘폴리시알산(polysialic acid)’을 민감하고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혈액 검사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정신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 표적 발굴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향후 다양한 질환으로의 확장성도 기대되고 있다.


폴리시알산은 주로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존재하며, 신경 발달과 가소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성 당질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혈액에서 일정량 발견되지만,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 환자나 암 환자에서는 그 농도가 유의미하게 변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혈액에서 폴리시알산 수치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신경병증(CIDP) 환자에게서는 이러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러한 차이를 활용하면, 단순한 혈액 샘플 분석만으로 정신질환과 다른 신경계 질환을 구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글리칸은 구조가 복잡하고 물리화학적 특성이 까다로워 정량화가 어려운 대상이었다. 이에 나고야대학교 연구팀은 ‘샌드위치 ELISA’라는 생화학적 분석 기법을 응용해 정확도를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 방식은 글리칸을 인식하고 결합하는 두 종류의 항체—포획 항체와 검출 항체—를 사용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음성 항체를 대조로 활용해 비특이적 결합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정밀도를 개선했다. 음성 항체는 구조는 동일하나 결합 기능을 상실한 변형체로, 이를 통해 실제 결합에 따른 반응만을 정량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방식은 기존 ELISA보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를 주도한 나고야대학교 글리코코어 연구소(iGCORE)의 사토 치히로 교수는 “이 기술은 정신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질병에 응용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암세포가 분비하는 엑소좀과 그 안에 포함된 폴리시알산이 혈중 농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어, 암 진단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향후 폴리시알산의 혈중 증가 기전을 더 깊이 이해한다면, 해당 질환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신질환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의 부재는 오랫동안 의료 현장의 고민거리였다. 따라서 혈액 내 글리칸의 정밀 분석이 실현될 경우, 정신건강의학 분야 전반에 큰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