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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만성 상처는 현대 의료에서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의료 시스템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당뇨병이나 순환기 질환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피부 병변은 수개월, 수년에 걸쳐도 아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과도한 염증 반응이 지속되며 신체가 재생 대신 방어에 치중하게 되는 악순환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ETH 취리히의 연구진이 주목받고 있다. 박사과정 중 혁신적인 하이드로젤 드레싱을 개발한 뵈르테 에미로글루 박사는 “상처가 염증 상태에 머물지 않도록 유도하고, 조직이 회복 단계에 들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그녀가 고안한 기술은 선택적으로 염증 신호만 포착하는 ‘스펀지형 마이크로젤’이다.


이 젤은 실험실에서 보면 젤리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내부에는 특정 염증 유발 분자와 결합하는 리간드가 부착되어 있어, 일반적인 상처 드레싱처럼 모든 분자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유해 신호만을 골라낸다. 이는 일반적인 기계적 흡입 방식이나 비특이적 드레싱보다 훨씬 정밀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기술의 영감은 생물학에서 비롯되었다. 단세포 생물의 물질 교환 원리부터 복잡한 조직 간의 신호전달까지, 자연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모사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환자와 상처 유형에 맞게 드레싱을 맞춤화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젤 구성 요소의 ‘라이브러리’를 확장하고 있다.


기술의 응용 범위도 넓다. 현재는 만성 피부 상처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뼈, 연골, 힘줄 등 혈류 공급이 적은 내부 조직의 재생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 ‘이뮤노스폰지(Immunosponge)’는 상처 치유를 방해하는 신호를 정밀하게 차단해, 초기 단계부터 효율적인 재생을 유도하는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미로글루 박사는 2025년 4월부터 ETH 취리히의 ‘파이오니어 펠로우십’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그녀는 “연구를 넘어 시장, 임상의, 사용자의 관점을 배우고 있다”며 “단기적인 상용화보다는 장기적인 가치를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지능형 드레싱 기술이 만성 상처 치료에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의료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