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jpg\"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건강을 위한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채소가 오히려 치아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 신체에서 가장 단단하다고 알려진 치아 에나멜이 채소에 포함된 미세 실리카 입자, 즉 식물석(phyolith)에 의해 마모되고 손상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영국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저널(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밀 줄기와 잎에서 추출한 오팔린 식물석을 PDMS 기반 합성 매트릭스에 주입해 인공 잎을 제작했다. 이 인공 잎은 실제 채소와 유사한 두께와 탄성을 가지며, 사람의 지치(사랑니)에서 추출한 치아 샘플과 접촉하도록 설계됐다. 실험에서는 저작 동작을 시뮬레이션한 장치를 통해 반복적인 압력과 마찰을 가했으며, 이후 고해상도 현미경과 분광분석으로 치아의 물리·화학적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식물 조직이 단순히 부드럽다고 해서 치아에 해가 없다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식물석 입자 자체는 마찰이 반복되면서 일부 파괴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치아 표면의 에나멜은 광물 성분이 감소하고 마모 흔적이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점은 치아 손상의 주요 기전이 기존에 알려진 ‘균열에 의한 파절’이 아닌, 미세구조의 약점으로 인한 ‘준소성(quasi-plastic)’ 변형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 누적된 압력과 마찰에 의해 치아 에나멜이 점진적으로 변형되고 약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식물석은 식물이 토양에서 흡수한 용해성 실리카가 식물의 잎, 줄기 등으로 이동해 침전되며 생성되는 미세한 입자로, 식물의 구조적 강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입자가 반복적으로 치아와 접촉할 경우, 의도치 않은 치아 마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론 이는 채소 섭취를 줄이거나 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인류학, 고생물학, 식이 행동 분석, 수의학 및 구강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교차적으로 응용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치아 건강과 식습관 간의 미묘한 관계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