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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단백질의 생성을 조절하는 분자 기전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암과 일부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정밀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생물학자들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세포 내 단백질 수정에 관여하는 효소인 **N-myristoyltransferase(NMT)**의 작동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 부위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Molecular Cell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ETH 취리히(스위스), 캘리포니아 공과대(미국) 연구진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NMT는 단백질의 생산 과정 중에 특정 지방산을 결합시키는 효소로, 이 과정을 통해 단백질은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활성 상태로 전환된다. 특히 NMT는 세포 신호전달 경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 이상활성이나 조절 실패는 일부 암이나 감염 질환의 발병과 관련돼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NMT가 단백질이 생산되는 세포 내 ‘공장’인 리보솜에서 어떻게 정확하게 작동하며, 이 작용이 어떤 분자적 조건 아래에서 조절되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한 데 있다.

연구진은 **‘NAC(nascent polypeptide-associated complex)’**라 불리는 단백질 복합체가 NMT를 비롯한 효소들을 리보솜의 출구에 정밀하게 위치시키는 일종의 \'로봇 팔\'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단백질이 아미노산 사슬 형태로 막 생성되기 시작할 때, 이 NAC 복합체가 먼저 메싸이오닌 제거 효소를 리보솜에 고정시킨 뒤, 순차적으로 NMT를 교체 투입해 지방산을 부착시키는 방식이다.

이 순환 과정이 작동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신호 모티프(signal motif)’**였다. 생성 중인 단백질이 특정 서열을 포함할 경우에만 NMT가 활성화되며, 이는 마치 자물쇠와 열쇠처럼 정확히 맞물릴 때만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콘스탄츠대 Elke Deuerling 교수는 “NMT는 그 자체로 단백질 생성 초기 단계에서만 작용하도록 정밀하게 통제된다”며 “이는 단백질 기능의 오류를 막고, 암세포처럼 과잉 신호가 발생하는 상황을 제한하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NAC 복합체가 단지 NMT뿐만 아니라, 다른 수정 효소들도 동시에 조절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NMT는 리보솜에 물리적으로 좀 더 가까이 결합하기 때문에, 타 효소보다 몇 초 빠르게 작동을 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러한 ‘선점 효과’는 생체 시스템에서 효율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중요한 원리로 주목받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의 NMT 억제제들이 전신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어 독성 문제가 있었던 한계를 극복할 실마리를 제시한다. NAC 복합체와 NMT 간 결합 부위를 신약 개발의 신규 타깃 부위로 삼는다면,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더욱 정밀한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전망이다.

콘스탄츠대 Martin Gamerdinger 교수는 “효소의 활성 부위만을 겨냥했던 기존 약물보다, NAC와의 결합부를 겨냥하면 더 선택적이고 안전한 억제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향후 암 치료제 및 바이러스 억제제 개발에 있어 매우 유망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단백질 생성과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한층 심화시킨 동시에, 분자 수준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치료 타깃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