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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한때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흔한 바이러스가 파킨슨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 의과대학 연구진이 학술지 JCI Insigh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 페기바이러스(HPgV)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 절반에서 발견됐지만, 건강한 사람의 뇌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HPgV는 흔한 혈액 매개 바이러스로,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어 무해한 감염으로 간주돼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신경감염질환 전문가 이고르 코랄닉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HPgV는 뇌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이처럼 높은 빈도로 발견된 점은 매우 놀라운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바이러스가 유전적 특성에 따라 면역 반응에 차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이들에게서 파킨슨병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 10명과 건강한 대조군 14명의 부검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파킨슨병 환자 뇌의 절반에서 HPgV가 발견됐고, 이들의 척수액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어떤 시료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나아가, 바이러스가 검출된 환자들에서 더 뚜렷한 뇌 손상이 관찰된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1,000명 이상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HPgV 감염률 자체는 파킨슨병 환자 중 약 1% 수준으로 낮았지만, 이들 환자에서는 면역체계 반응 양상이 뚜렷하게 달랐다. 특히, 파킨슨병 관련 유전자로 알려진 LRRK2 돌연변이를 가진 경우 면역 반응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으며, 이는 바이러스와 유전자가 상호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코랄닉 박사는 향후 연구를 통해 LRRK2 유전자가 HPgV 감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이 바이러스가 파킨슨병 발병에 특수한 역할을 하는지 여부를 보다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연구는 환경적 요인이 신체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단서를 제공한다”며, “파킨슨병 발병의 실마리를 밝히는 데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 바이러스가 뇌에 얼마나 자주 침투하는지, 그리고 유전자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규명함으로써, 파킨슨병의 발생 기전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가 손상되며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운동 장애, 떨림, 뻣뻣함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유전적 요인 외에도 다양한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감염이 파킨슨병의 환경적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