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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대장암 치료의 새 전기가 될 수 있는 전임상 연구가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 밀러 의과대학 산하 실베스터 종합 암센터에서 발표됐다. 연구팀은 XPO1(엑스포틴-1)이라는 유전자에서 발견된 드문 돌연변이가 대장암과 자궁내막암 등 고형 종양의 약물 내성과 연관될 수 있으며, 이를 타깃으로 한 약물 복합요법이 치료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암학회(AACR)의 공식 학술지 Cancer Research에 게재됐다.


XPO1은 단백질과 RNA를 세포핵에서 세포질로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의 특정 돌연변이(R749Q)가 대장암과 자궁내막암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관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테일러 박사와 동료들은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대장암 세포에 해당 돌연변이를 삽입하고 약물 반응을 조사한 결과, 이 돌연변이가 기존 항암제인 이리노테칸에 대한 내성을 증가시키며 DNA 손상을 회피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내성을 다시 극복할 수 있는 단서 또한 XPO1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XPO1을 표적으로 하는 셀리넥서라는 약물을 이리노테칸과 함께 투여하자, 세포 사멸이 유도되고 종양 크기 역시 줄어드는 전임상 결과가 도출됐다. 셀리넥서는 현재 다발성 골수종과 자궁내막암에서 조건부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조합은 기존의 치료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복합 요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XPO1 R749Q가 드문 돌연변이라는 점에서, 이를 갖는 환자 수는 많지 않을 수 있지만, 해당 유전자의 기능 이상 자체가 여러 종양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테일러 박사는 “XPO1 수치가 높은 종양은 셀리넥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XPO1 기반 맞춤형 치료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혈액암에서 시작된 유전자 탐색이 고형 종양으로 확대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테일러 박사는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재직 시절부터 백혈병, 림프종과 관련된 XPO1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고, 실베스터 암센터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연구의 폭을 확장해왔다.


앞으로 연구진은 셀리넥서와 면역항암제의 병용 효과를 비롯해 자궁내막암에서의 적용 가능성까지도 탐색할 계획이다. 실베스터 암센터의 메르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암세포 내성을 공략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XPO1 기반 치료법이 다양한 고형 종양 치료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장암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흔한 암이며, 기존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주요한 치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드문 유전자 돌연변이 하나가 이러한 내성을 정밀 타깃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