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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우울증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생물학적 원인은 오랫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연구진이 ‘LINC00473’라는 비결정(non-coding) RNA가 여성 뇌의 특정 의사결정 과정과 감정 회복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연구는 7월 11일 저널 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LINC00473는 전통적으로 유전자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분류되어 관심에서 소외됐던 RNA 종류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 비결정 RNA가 여성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서 특정한 상황에서의 ‘마음 바꾸기’, 즉 선택 후 후회와 손절 결정 등 행동 패턴에 깊이 관여하며,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음을 밝혀냈다.


논문 제1저자인 로맹 뒤랑-드-퀴톨리 박사는 “단순한 선택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 이후에 다시 생각하고 후회하거나 손절하는 판단 과정에서 이 RNA가 작동한다”며 “남성과 달리 여성의 뇌는 이런 후회 기반 선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 과정이 바로 우울증 저항성과도 연결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단순히 동물모델 실험에 그치지 않았다. 2020년, 같은 연구진은 사망 후 여성 우울증 환자의 전전두엽 조직에서 LINC00473의 발현 수준이 눈에 띄게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쥐 모델 실험에선 해당 RNA를 인위적으로 증가시켰을 때 여성 쥐만이 스트레스에 회복력이 커졌고, ‘손해를 본 뒤에도 물러나지 못하는’ 비합리적 행동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남성 쥐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브라이언 스와이스 박사는 “과거 선택을 되돌아보는 방식, 즉 후회를 인식하고 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우울증 발생과 매우 밀접하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여성이 남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후회를 학습하며, 이는 때론 회복력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RNA는 뇌의 단기 후회 감정과 관련된 회로에 영향을 주며, 이는 우울증 환자에게서 흔히 보이는 ‘부정적 반추(rumination)’와 연결된다. 연구진은 이 RNA가 작동하는 뇌 회로가 향후 뇌 자극 치료나 신약 개발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이칸 의대 에릭 네슬러 박사는 “단순히 남녀 차이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 연구는 후회와 같은 감정이 정신질환 취약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는 드문 사례”라며 “교차종 번역연구와 뉴로경제학 분석이 정신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RNA를 활용한 성별 맞춤형 정신치료 접근이 가능할 수 있으며, 특히 여성 우울증 환자에게 있어 부정적 감정의 처리 방식에 대한 뇌과학적 이해를 높이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