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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은 한 번 겪은 독감에 대해 ‘기억’을 남긴다. 다시 감염됐을 때 빠르게 항체를 생성해 막기 위해서다. 이 기억 면역 반응은 수년간 면역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지만, 그 메커니즘은 여전히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앨라배마대학 버밍햄 캠퍼스(UAB)의 연구진이 이 기억 면역의 핵심 조절자로 T-bet이라는 유전자 전사인자를 지목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7월 중순, 저널 Immunity에 게재된 해당 연구는 인플루엔자 감염 이후 폐와 림프절에 자리 잡고 장기적으로 대기하는 메모리 B세포(memory B cell) 중에서도 T-bet을 발현하는 특정 아형(subset)이 ‘항체생산 능력을 빠르게 활성화하는 핵심 집단’임을 규명했다.


T-bet은 세포 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로, 기존에는 T세포 분화에 주로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B세포 면역기억에서도 이 인자가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뒤 30일 후 특정 바이러스 항원(NP-antigen)에 반응하는 성숙 메모리 B세포를 분리해 단일세포 유전자 발현 분석(single-cell sequencing)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 프로파일을 기준으로 7개 클러스터를 도출했으며, 그중 하나를 제외한 6개 클러스터의 특성과 역할을 정밀 분석했다.


이 중 클러스터 2는 T-bet 발현이 가장 두드러졌으며, 단백질 합성과 항체 생산 관련 유전자들이 강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특히 클러스터 2는 ‘백신 유도 메모리 B세포’의 특성과 유사한 유전자 구성을 보였고, 항체 생산 모드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는 준비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후 T-bet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한 쥐 모델을 통해 T-bet이 없을 경우 폐 조직 내 메모리 B세포가 2차 감염에서 항체를 생성하지 못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즉, 이 전사인자는 기억세포가 평소엔 조용히 있다가 다시 감염되었을 때 빠르게 항체세포로 변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스위치 역할을 한다.


UAB 면역학연구소의 프랜 런드(Fran Lund) 박사는 “감염 후 남는 메모리 B세포는 단순히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유전자 조절자 덕분에 그 위치와 기능을 유지한다”며 “이번 연구는 현장에서 감염을 막는 ‘즉각 대응형’ 기억세포의 유전학적 실체를 밝힌 첫 사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향후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T-bet 발현을 유도하는 백신 전략이나 지역 면역세포 유도 면역치료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T-bet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면 폐나 림프절에 머무는 기억세포를 강화해 감염 초기에 신속한 방어 효과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독감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대응에서도 장기 면역 형성을 유도할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