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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공기가 탁하고, 정치가 불안정하며, 소득 격차가 심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의 생물학적 노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대규모 국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뇌 건강과 사회 구조 간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며, 건강한 노화를 위한 새로운 공중보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국제학술지 Nature Medicine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40개국 16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트리니티대학 글로벌 뇌건강연구소(GBHI)를 비롯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BBAGs(생체-행동 나이 격차)’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개인의 실질적인 생물학적 나이가 삶의 환경적 요인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각국 참가자의 인지능력, 건강, 교육 수준, 심혈관 위험도, 감각 기능 등을 종합해 예측 생물학적 나이를 산출하고, 실제 나이와의 차이를 통해 노화 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대기오염이 심하고 민주적 제도가 미흡하며 사회 불평등이 큰 국가일수록 BBAGs 수치가 높았으며, 이는 인지기능 저하 및 일상 기능 감소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이 연구를 주도한 아구스틴 이바녜스 박사(트리니티대학)는 “우리는 뇌 건강을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해왔지만, 이번 결과는 사회적·정치적 환경이 실제로 사람의 생물학적 노화를 앞당긴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노화는 개인의 선택이나 유전적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요 결과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이 가장 건강한 노화 패턴을 보였고, 이집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가장 빠른 노화를 기록했다. 아시아와 남미는 중간 수준이었으며, 유럽 내에서도 동유럽과 남부 유럽은 상대적으로 노화 속도가 빨랐다. 특히 대기오염과 사회적 불평등, 정치 참여 제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국가일수록 BBAGs 수치가 높았다.


이러한 구조적 환경은 단순히 수치상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BBAGs 수치가 높은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기능과 일상 기능이 더 빠르게 떨어졌으며, 치매 위험 또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건강한 노화를 유도하려면 생활습관 개선만이 아닌,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개인 차원을 넘어, 공공 정책 및 정치 제도의 개입이 노화 예방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논문 공동저자인 산드라 바에즈 박사는 “노화 속도는 단지 운동을 더 하거나 식단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조절되지 않는다”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 깨끗한 환경, 평등한 기회가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미세먼지,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겹치며 노화 속도와 인지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환경이 뇌를 늙게 만든다’는 경고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개인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