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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 코로나 바이러스(Feline Coronavirus, FCoV)는 대부분 무증상 혹은 가벼운 설사를 유발하는 수준에 불과해 큰 위협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경우,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변이를 일으켜 전혀 다른 양상의 중증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바로 치사율이 매우 높은 전염성 복막염(Feline Infectious Peritonitis, FIP)이다. FIP는 감염된 고양이에게 복부 팽만, 식욕 저하, 체중 감소, 발열 등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며,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될 경우 대부분 사망에 이른다.


FIP는 전염성보다는 체내 변이를 통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간주된다. 기본적으로 고양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다묘 가정이나 보호소처럼 고양이 밀집 환경에서 널리 퍼져 있으며, 대부분의 감염 고양이는 자연적으로 바이러스를 제거하거나 면역을 통해 억제한다. 하지만 드물게 이 바이러스가 복막이나 신경계, 안구 등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유전적 구조를 바꾸면, 면역 시스템이 과도하게 반응해 치명적인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바로 이 경우가 FIP로 진단된다.


FIP는 크게 습식형과 건식형으로 나뉜다. 습식형은 복강이나 흉강 내에 액체가 고이는 것이 특징이며, 상대적으로 진행이 빠르다. 반면 건식형은 장기 조직에 육아종성 염증을 남기며 신경계 이상, 안구 변화 등 비정형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건식형은 진단이 더 어렵고 증상이 다양한 만큼 조기 인식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FIP에 대한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사실상 ‘사형선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항바이러스제인 GS-441524의 등장으로 상황은 바뀌고 있다. 이 약물은 FIP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해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으며, 비공식적 임상 사례들에서 80~90% 이상의 완치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이 약물은 일부 국가에서만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비공식 루트를 통해 구입하는 보호자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수의학계는 해당 약물의 공식 수입 및 안전성 검토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예방이 가능한 백신은 현재까지 제한적으로만 존재하며,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예방책은 고양이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집단 사육 시 철저한 위생관리와 격리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다. 감염 이력이 있는 고양이의 배변 환경을 자주 청소하고, 다묘 가정에서는 개체 간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 고양이일수록 FIP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초기 감염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주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FIP는 아직 완전히 해결된 질환이 아니지만, 치료 가능성이 열리면서 희망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보호자와 수의사 간의 긴밀한 협력, 조기 진단, 그리고 치료 접근성 확대가 향후 FIP 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