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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여행을 간 것도, 야간 근무를 한 것도 아닌데, 몸 안의 시계가 엇갈려 마치 시차를 겪는 듯한 생리적 불일치 현상이 청년층 정신질환자에서 관찰됐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팀은 이처럼 ‘내부 시차’(internal jet lag)가 우울증과 조울증 같은 기분장애의 새로운 치료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16세부터 35세 사이의 젊은이 중 정신건강 서비스를 찾은 6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들의 생체리듬을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지표인 멜라토닌, 코르티솔, 체온 변화를 동시에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를 일반적인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대조군과 비교했다.


연구를 이끈 조앤 카펜터 박사에 따르면, 이 세 가지 생체시계는 정상적으로는 서로 정밀하게 조율되어 있어야 하지만, 정신질환을 호소한 환자 중 약 23%는 이들 리듬 간의 타이밍이 서로 어긋나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신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시차 현상’으로 설명하며, 이러한 리듬 불일치가 수면의 질뿐 아니라 우울 증상의 심각도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부 환자에게서 체온 리듬이 수면-각성 주기나 호르몬 분비 리듬보다 더 이른 시간에 작동하고 있었으며, 이는 높은 수준의 우울 증상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이며, 코르티솔은 아침 각성 직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으로, 이들의 시간적 조화가 무너질 경우 기분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단일 수면 주기를 기반으로 한 예비 연구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내부 시차 현상이 조기 진단 및 치료 타겟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조군 참가자에게도 경미한 생체리듬 불일치가 관찰돼, 향후 정신질환 발생 위험을 가늠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서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브레인앤마인드센터의 공동연구자 이안 힉키 교수는 “우리는 흔히 기분장애 치료에서 약물이나 상담치료만을 고려해 왔지만, 이 연구는 신체 리듬 자체를 조정하는 생체시계 치료법이 유의미한 효과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장기적 추적조사를 통해, 생체리듬의 변화와 정신건강 상태의 변동이 어떤 방식으로 연동되는지 분석할 예정이다. 또한, 개인 맞춤형 수면 조절이나 광(光) 요법 같은 생체리듬 기반 치료법이 청년 정신건강 관리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