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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의 시대가 열리고도 80년이 지났지만, 결핵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특히 약제 내성 결핵의 등장은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초약제내성 결핵(pre-XDR-TB)’은 다제내성 결핵(MDR-TB)보다 치료가 힘든 반면, 완전히 치료 불능인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보다는 덜 극단적인 형태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하버드 의과대학 등 국제 연구팀이 이끄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6개국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는 pre-XDR-TB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의 임상시험이며, 기존보다 짧은 기간의 치료가 일부 환자에게는 충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의학 학술지 \'Lancet Respiratory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은 WHO가 권장하는 기존 치료(1824개월, 46종 약물)와, 6~9개월간 4가지 약물(베다퀼린, 델라마니드, 클로파지민, 리네졸리드)만 사용하는 실험 치료를 비교했다.


전체 결과에서 보면 기존 치료군의 효과는 89%, 단축 치료군은 87%로 큰 차이는 없었다. 연구팀은 치료 결과가 두 군 간에 통계적으로 \"열등하지 않다(non-inferior)\"는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환자군에서는 단축 치료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문제는 단축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폐 손상이 심한 환자들은 치료 기간을 단축했을 경우 재발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연구팀은 치료 전략에 있어 ‘환자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버드 의대 글로벌보건·사회의학과 캐롤 미트닉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무조건 짧은 치료’가 해답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환자의 질병 상태와 약제 내성 수준에 따라 치료 기간과 약물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WHO 및 북미·유럽의 일부 전문가들은 질병 상태에 관계없이 6개월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질병 중증도와 내성 패턴에 따라 치료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임상은 단순히 치료 기간을 단축하려는 시도 그 이상이었다. 연구팀은 모든 참여자에게 영양 지원과 교통비 등 사회적 지원도 함께 제공했으며, 이는 치료 지속률과 완치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구자들은 치료가 단순히 약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 삶 전반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결핵은 아직도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5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환이다. 치료가 어려운 내성 결핵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질병 양상을 고려한 세심한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