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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십 개의 근육을 동시에 정교하게 조율해야 가능한 \'말하기\'. 지금까지 이 복잡한 과정을 담당하는 두뇌 중심지는 프랑스 생리학자 브로카의 이름을 딴 ‘브로카 영역’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UC샌프란시스코(UC San Francisco) 신경외과 연구진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는 이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 말을 할 때 뇌가 단어를 구성하고 발화를 준비하는 주된 장소가, 사실은 **전두엽 중간 중심이랑(middle precentral gyrus, mPrCG)**이라는 부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 Nature Human Behaviour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에드워드 창 신경외과 교수는 “mPrCG는 지금까지 후두를 조절하는 부위로만 인식돼 왔지만, 실제로는 말을 구성하고 문장화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뇌전증 수술을 받는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뇌 표면에 얇은 전극을 부착해 이들이 다양한 음절과 단어를 말할 때의 뇌파 활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단순한 반복음절(예: ‘바-바-바’)보다 다양한 자음을 포함한 복잡한 음성 조합(예: ‘바-다-가’)을 발화할 때 mPrCG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이는 곧 mPrCG가 음운의 배열과 발화 준비에 깊이 관여한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또한 연구팀은 해당 부위를 전기 자극했을 때 발화 오류가 발생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특히 복잡한 음절일수록 자극에 의한 오류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실제 임상에서 보고된 ‘말 실행증(apraxia of speech)’과 유사한 형태였다. 말 실행증은 환자가 머릿속에 말하고 싶은 내용은 있지만, 근육 조율이 어긋나 또렷하게 말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그동안 브로카 영역이 담당한다고 여겨졌던 언어 처리 중 일부 기능이 사실은 mPrCG의 몫이었을 수 있다는 이번 발견은, 말하기 기능에 대한 뇌과학적 이해의 지형을 새롭게 그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 공동저자인 제시 리우 박사는 “말을 구성하고 조율하는 기능은 단순히 언어 인식과 표현이 아니라, 복잡한 운동 계획과도 직결된다”며 “mPrCG는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린 말을 실제로 말로 옮기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향후 언어장애 치료 및 두뇌수술 중 언어 기능 보존, 말을 못하는 환자를 위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에도 응용 가능성이 크다. 또한, mPrCG가 포함된 보다 넓은 뇌 네트워크의 역할을 탐색함으로써, 인간 언어 능력의 신경학적 기반에 대한 이해를 한층 정교하게 다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