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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가을철 최저기온, 겨울철 호수 수위, 그리고 유럽 전역에 서식하는 큰고니(Cygnus olor)의 분포 여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핵심 요소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결과는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으며, 미래 감시 체계 구축에 있어 새로운 과학적 근거로 주목된다.


해당 연구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유럽 내 모든 HPAI 발생 사례를 기반으로 한 기계학습 모델을 통해 진행됐다. 북유럽 공중보건 전문가 요아킴 록레브(Joacim Rocklöv) 박사팀은 지역별 계절 기온, 강수량, 야생조류 개체 수, 가금류 사육 밀도, 식생 밀도, 수자원 상황 등을 변수로 활용해 발생 가능성을 수치화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해당 모델의 예측력을 검증하기 위해 2022년과 2023년에 실제 유럽에서 발생한 HPAI 사례 데이터를 적용했다. 그 결과, 가을철 최저기온이 HPAI 발생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요인의 영향이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을 기온이 낮을수록 발생률이 높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높은 최저기온이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경향을 보였다.


겨울과 이른 봄철의 기온도 전반적으로 HPAI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겨울철 호수나 저수지의 수위가 예년보다 낮은 경우, 조류 밀집도가 줄어드는 영향으로 HPAI 발생 확률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로는 지역 내 큰고니의 존재 여부가 지목됐다. 큰고니가 서식하는 지역일수록 HPAI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상관관계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지역별 감시 체계를 맞춤형으로 설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록레브 박사는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선, 특정 지역의 기후나 생태적 특성에 따라 감시 체계와 자원 배분 전략을 세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모델은 그것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유의미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조류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공중보건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사전 예측 및 조기대응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특히 최근 들어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포유류에서도 빈번히 발견되면서, 인간 감염 전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연구는 향후 팬데믹 예방 전략 수립에도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