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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지질 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s, LNPs)를 이용해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AATD)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폐와 간에서 동시에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발표됐으며, 드물지만 치명적인 이 유전 질환에 대해 양 장기를 동시에 타깃하는 혁신적인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은 SERPINA1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정상적인 항트립신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거나, 생성된 단백질이 간에 축적되어 폐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염증 반응을 억제하지 못해 폐조직이 파괴되는 질환이다. 미국 내 환자 수만 약 8만 명에서 10만 명에 이른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지질 나노입자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에 불과한 크기로, 유전자를 실은 채 폐와 간 세포를 동시에 찾아가 유전자 교정을 수행한다. 연구팀은 돌연변이 Z형 SERPINA1 유전자를 보유한 실험용 생쥐 모델을 대상으로 치료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간 세포의 약 40%, 폐 세포의 약 10%에서 유전자 교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단백질의 수치를 80% 이상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선택적 장기 타깃 전달’에 있다. 기존의 LNP는 대부분 간에만 도달하는 한계를 가졌지만, 연구팀은 여기에 다섯 번째 지질 성분인 ‘DORI’를 첨가함으로써 나노입자가 폐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입자는 표면에 장기별로 다른 수용체에 결합하는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어, 마치 열쇠와 자물쇠처럼 특정 장기의 세포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유전자를 전달한다.


연구를 이끈 UT 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 생의학공학 교수 다니엘 지그와트 박사는 “간 질환 치료에는 기존 나노입자가 효과적이었지만, 다른 장기를 타깃하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며 “DORI 성분을 추가한 결과, 간을 우회하고 폐로 직접 전달되는 입자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사용된 유전자 교정 기술은 ‘베이스 에디팅(Base Editing)’ 방식으로, 유전자 서열 중 하나의 염기를 화학적으로 정확하게 교정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부작용 위험이 낮고 정밀도가 높아 최근 유망한 차세대 유전자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그와트 박사는 해당 기술을 이용해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 일차 섬모운동장애(Primary Ciliary Dyskinesia) 등 호흡기 희귀질환으로도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유전자 치료 전문기업 ‘ReCode Therapeutics’의 공동 창업자로, 이 회사는 올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낭포성 섬유증 유전자 치료제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보스턴의 Beam Therapeutics도 유사한 AATD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올 3월 초임상 데이터 발표를 통해 간에서의 SERPINA1 교정 전략을 제시했다. UT 사우스웨스턴 연구팀의 기술은 이에 더해 폐 조직까지 동시에 타깃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별점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해당 치료법이 실제 사람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치료 효과 지속 기간, 면역 반응 여부, 고형 장기 내 안전성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32주 동안 교정 효과가 유지된 실험쥐 결과는 고무적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은 현재까지 완치법이 없는 질환이다. 이번 연구가 향후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는다면, 희귀 유전 질환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