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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잠들어 있는 뇌는 단숨에 깨어나지 않는다. 수면 중인 뇌가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은 마치 무대 뒤에서 하나씩 조명이 켜지는 것처럼, 정해진 경로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네덜란드 신경과학연구소와 스위스 로잔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최신 연구는 이 같은 뇌의 ‘깨어남’을 초 단위로 관측한 뇌파 데이터를 통해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urrent Biolog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고밀도 EEG 장비를 통해 1,000건 이상의 각성 장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각성은 뇌의 중심부와 전두엽에서 시작돼 후두부로 점차 퍼지는 방향성을 보였다. 이는 수면 중에도 일정 부분 깨어있는 깊은 뇌 부위의 각성 신호가 먼저 짧은 경로를 통해 전두엽을 깨운 뒤, 비교적 먼 후방 뇌 영역으로 전달된다는 신경 해부학적 경로를 설명해준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뇌가 ‘깨어난다’는 현상을 넘어서, 그 경로와 단계가 수면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꿈을 꾸는 상태로 알려진 REM 수면과, 깊은 휴식 상태의 비REM 수면에서 깨어나는 과정은 확연히 달랐다. 비REM 수면에서 각성할 경우, 일시적으로 느린 수면파가 증가한 뒤 빠른 각성파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쳤다. 반면 REM 수면에서는 느린 뇌파 없이 곧바로 빠른 활동이 시작되며 상대적으로 ‘즉각적 각성’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왜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날은 쉽게 깨어나고, 어떤 날은 침대에서 한참을 뒤척일까? 연구팀은 각성 직전의 뇌파 패턴이 ‘깨어난 직후의 맑은 의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비REM 수면에서 나타나는 느린 수면파 중 일부는 각성을 촉진하는 신호로 작용하며, 해당 파형이 더 많이 관찰된 사람일수록 깨어났을 때 정신이 더 또렷했다고 한다. 반면, 특정한 느린 수면파가 지속되거나 깨어나기 직전까지 남아있는 경우, 일시적인 무기력감이나 몽롱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연구는 단순한 수면-각성 리듬을 넘어, 불면증이나 몽유병처럼 의식 전환에 이상이 생기는 수면 장애의 이해에도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수면 중에도 특정 자극에 따라 뇌의 각성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면 중 깨어남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의 조기 진단에도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의식의 회복이라는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일상적인 뇌의 활동에 대한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가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잠에서 눈을 뜨는 그 순간, 뇌는 복잡한 신경 회로 속에서 수백만 개의 신호를 순차적으로 정렬하며 또 하루의 의식을 시작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