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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파킨슨병 환자에게 ‘걸음걸이’는 단순한 이동 방식 그 이상이다. 한쪽 다리의 보폭이 짧아지고 양쪽 다리 움직임이 비대칭해지는 이른바 ‘파킨슨 보행’은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뿐 아니라 낙상 위험을 높이고 사회적 고립까지 유발할 수 있다. 기존의 고주파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이 떨림, 경직, 운동 완만증 등의 증상에는 효과가 크지만, 보행장애 개선에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UCSF 신경외과 연구진은 최근 보행과 관련된 신체 지표들을 정량화하고, 여기에 뇌파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법을 결합해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DBS 자극 조건을 찾아내는 방식의 새로운 치료 모델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네이처 자매지 npj Parkinson’s Diseas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먼저 뇌 자극과 동시에 신경 활동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DBS 장치를 환자에게 이식하고, 다양한 DBS 세팅을 적용한 후 환자가 6m 코스를 반복 보행하는 동안의 자세·속도·보폭·팔 흔들림 등을 고해상도 모션 캡처 기술로 기록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보행 수행 지수(WPI, Walking Performance Index)’라는 종합 지표를 개발해, 각각의 DBS 조건이 환자의 보행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보행 수행 지수가 개선된 세팅에서는 환자 본인과 임상의 모두 주관적으로도 ‘보행이 부드러워졌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의 글로부스 팔리두스(globus pallidus) 영역에서 나타나는 베타파 활동이 특정 보행 주기에서 감소할 때 보행 기능이 가장 향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신경생리학적 반응은 환자별로 다르게 나타났으며, 연구진은 이를 기반으로 각 환자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DBS 세팅을 도출할 수 있었다. AI 기반 예측 모델을 활용해 보행 성능이 가장 좋아질 자극 조건을 도출하고, 실제 적용 시 보폭 증가, 보행 속도 향상, 팔 흔들림의 균형 회복 등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단순히 보행 개선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WPI를 자동화된 DBS 조정 시스템과 통합해, 향후 착용형 센서나 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보다 정밀한 맞춤 자극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파킨슨병뿐 아니라 다른 신경계 질환에서도 개인 맞춤형 신경자극 치료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