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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암 치료의 혁신으로 주목받던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가 치료 중 도중에 효력을 잃거나, 면역세포 스스로가 자멸하는 사례가 빈번히 보고되며 한계점으로 지적돼왔다. 이에 대해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의 연구진이 그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연구 결과가 Nature Cancer에 발표됐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A. 클레바노프 박사에 따르면, 유전자 조작된 면역세포는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 ‘FAS’와 여기에 결합하는 ‘FAS 리간드(FAS-L)’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스스로를 자멸(apoptosis)시키는 경로를 활성화한다. 놀라운 점은, 그 FAS-L이 외부가 아닌 면역세포 ‘자신’에 의해 생성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환자를 위해 세포를 정교하게 제조하지만, 이 세포들이 마치 자신을 파괴할 검을 스스로 품고 있는 셈입니다.” 클레바노프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연구진은 암환자 50명 이상의 면역세포 샘플을 분석한 단일세포 발현 지도(single-cell atlas)를 통해 FAS-L의 주요 생산원이 암세포나 종양 미세환경이 아닌 CAR-T 및 자연살해(NK) 세포 자신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욱이 FAS-L은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며, 오히려 치료 효과를 제한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FAS-L과 FAS 간 신호를 차단하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개발했다. 이른바 ‘FAS-DNR’로 불리는 디코이 수용체는 FAS-L에 결합하지만, 자멸 신호를 유도하지 않는다. FAS-DNR을 도입한 CAR-T 및 CAR-NK 세포는 자멸 없이 더 오래 생존하며 종양 제거 효과도 향상됐다.


퍼스트 저자인 페이 이 박사는 “FAS-L이 아무리 많이 존재하더라도 FAS-DNR을 도입한 세포는 자살 경로를 차단해 치료 지속성과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환자 맞춤형 CAR-T 치료뿐 아니라 범용 제품으로 개발 중인 ‘off-the-shelf’ 면역세포 치료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 특히 치료 세포를 환자 체내에 주입하기 전, 이 ‘자살 회로’를 미리 차단할 수 있어 제조 과정에서부터 품질과 효과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