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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양극성장애는 극단적인 기분 변화를 보이는 만성 정신질환으로, 오랫동안 유전적 소인이 강한 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실제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에서, 유전자 수준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연구는 정신의학계의 오랜 숙제였다.


최근 미국 아이칸 의대 마운트시나이병원 연구진이 세계 주요 연구기관과 협력해 발표한 새로운 연구 결과는 이러한 유전적 배경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이들은 4만 명 이상의 양극성장애 환자와 37만 명 이상의 건강 대조군의 유전체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발병 위험과 직접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17개의 단일염기다형성(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GWAS(전장유전체연관분석)를 바탕으로 하되, 그간 밝혀진 64개 유전자 영역 가운데 실제로 질병에 기여하는 ‘원인 변이’를 정밀하게 좁혀가는 ‘파인매핑(fine-mapping)’ 기법을 활용했다. 특히 단순 유전자 마커가 아닌, 발현량이나 유전자 조절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이를 걸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를 주도한 마리아 코로미나 박사는 “기존 연구가 질병 관련 영역을 넓게 포착했다면, 우리는 실제로 기능적 영향을 미치는 유전변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이들 17개 SNP는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 및 뇌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SCN2A, TRANK1, CACNA1B, THSD7A, FURIN 등 주요 유전자와 연결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유전자 가운데 일부가 장내 세포에서도 높은 발현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장–뇌 축(microbiota–gut–brain axis)’ 이론과의 연관성을 시사한다. 뇌 건강이 장내 미생물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양극성장애의 발생 기전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유전 변이를 기반으로 한 다유전자 위험 점수(Polygenic Risk Score, PRS)의 예측력을 한층 강화시켰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다양한 인종 집단에 걸쳐 적용했을 때도 정확도를 유지해, 향후 유전체 기반의 맞춤형 정신건강 예측 시스템에 응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도출된 유전변이들이 실제 신경세포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기 위해 후속 연구를 예고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인 CRISPR를 활용해 뇌 오가노이드나 배양된 뉴런 세포를 이용한 기능 검증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양극성장애의 생물학적 이해를 넘어, 정밀의료 기반의 새로운 치료 접근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 환자별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 전략이 현실화된다면, 정신질환 치료의 패러다임도 큰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