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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치명률이 높은 췌장암,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형태인 췌장관선암(PDAC)은 주변 조직에서 영양을 훔쳐오는 독특한 생존 전략으로 악명이 높다. 암세포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보다, ‘거대음세포작용(macropinocytosis)’이라는 과정을 통해 세포 외부 물질을 흡수하며 생존에 필요한 영양소를 얻는다. 이 과정은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종양 주변 환경을 변화시켜 항암 치료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미국 샌퍼드 번햄 프레비스 암센터 연구진은 이 같은 메커니즘을 차단함으로써 췌장암의 미세환경을 변화시키고 면역항암제 및 화학요법의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25년 7월 24일자 Cancer Cell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먼저 췌장암 주변에서 관찰되는 섬유아세포(fibroblast)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섬유아세포는 세포 간의 구조를 유지하는 ‘세포외기질(ECM)’을 구성하지만, 종양 인근에서는 ‘암연관 섬유아세포(CAF)’로 변형되어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CAF는 성장인자와 대사물질을 제공하며 종양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연구진은 CAF 역시 암세포와 마찬가지로 거대음세포작용을 통해 외부에서 글루타민 등 영양소를 획득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췌장암은 글루타민 의존도가 매우 높아, CAF가 충분한 영양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사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CAF의 거대음세포작용을 억제하자, 이들이 염증 관련 유전자를 발현하는 다른 유형의 CAF로 전환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일반적으로 췌장암 주변에는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고 면역세포 접근을 막는 근섬유아세포형 CAF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 실험에서는 이들이 염증성 CAF로 재프로그래밍되는 결과가 나타났어요.”라고 코시모 코미소 박사는 설명했다.


CAF의 재편성과 함께 종양 미세환경도 눈에 띄게 변화했다. 콜라겐 축적이 줄어들며 조직의 섬유화가 감소했고, 혈관이 확장되며 약물 전달 효율이 증가했으며, 무엇보다 면역세포인 CD4+, CD8+ T세포가 종양 내부로 더 깊이 침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기존 치료법과 병행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면역억제 단백질 PD-1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와 거대음세포작용 억제제(EIPA)를 병용하자, 췌장암의 전이 억제와 생존율 향상이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또한 표준 화학항암제인 젬시타빈(gemcitabine)과의 병용요법에서도 유사한 상승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거대음세포작용은 단순한 영양 섭취 기전이 아니라, 종양 환경을 결정짓는 중요한 축”이라며 “이 경로를 차단하는 전략이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췌장암은 전체 암 발생률에서는 3%에 불과하지만 사망 원인으로는 3위에 해당할 만큼 예후가 나쁜 암으로, 치료 혁신의 필요성이 크다.


향후 연구는 이 전략이 폐암이나 삼중음성 유방암 등 유사한 대사 의존성을 보이는 암종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치료로 확장할 수 있을지 여부에 집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