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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밤마다 같은 자리를 맴돌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어요.”

반려견이 나이 들어 보이더니, 최근엔 보호자와의 유대도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노령견이 보이는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나이 탓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인지기능장애증후군(Canine Cognitive Dysfunction, CCD)’이라는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노령견 치매라 불리는 CCD는 사람의 알츠하이머와 유사한 증상으로, 뇌 기능의 점진적 저하를 말한다. 대개 8세 이상의 강아지에서 흔히 발생하며, 실제 통계에 따르면 11세 이상 반려견의 약 30%, 15세 이상에서는 70% 이상이 다양한 인지기능 이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보호자 대부분은 이를 단순한 노쇠 현상으로 넘기고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치기 쉽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낮과 밤이 바뀐 듯 밤에 깨어 산책을 요구하거나 멍하니 벽을 바라보는 행동, 이름에 대한 반응 저하, 낯선 장소에서 길을 헤매는 등 방향감각 장애, 이전에 배웠던 배변 습관을 잊는 것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과도한 짖음, 의미 없는 반복 행동, 보호자에 대한 인식 저하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모두 뇌의 인지 기능 저하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활 전반에 걸쳐 변화를 초래한다.


문제는 이 질환이 진행성이라는 점이다. 초기에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어, 반려견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나빠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CCD를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 대신 조기 발견을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고, 보호자의 세심한 환경 조정으로 반려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다.


노령견의 인지기능 저하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일정한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책 시간, 식사 시간, 놀이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면 반려견이 불안감을 덜 느끼고 혼란스러움을 줄일 수 있다. 자극적인 장난감이나 훈련 게임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최근에는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DHA, 비타민E, 항산화 성분이 함유된 뇌 건강 영양제나 처방식도 수의사의 판단 하에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단순히 ‘나이 들어 그렇겠지’라고 넘기지 않는 태도다. 반려견도 나이가 들수록 감각이 둔해지고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질병일 수 있고, 보호자의 관심과 조치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려견의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함께 나이 드는 과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지키기 위한 첫 걸음은 작은 이상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