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1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천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여러 질환에서 남녀 간 발병 경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천식은 남성이 어린 시절 더 많이 겪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성 환자가 늘어난다. 파킨슨병은 남성에게 흔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여성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특히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는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다발성경화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 2.5배, 루푸스는 무려 9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다.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 라호야면역학연구소(LJI)의 과학자들이 성별에 따른 면역체계의 특성과 그 작용 방식을 분석하는 새로운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리뷰 논문에서 LJI의 에리카 올만 새파이어(Erica Ollmann Saphire) 교수와 소니아 샤르마(Sonia Sharma) 부교수는 유전적 요인, 성호르몬, 환경적 요인이 어떻게 결합해 면역체계를 형성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연구팀은 면역학적 관점에서 생물학적 성별을 여성의 XX 염색체, 남성의 XY 염색체 보유 여부로 정의했다. 새파이어 교수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XX 또는 XY 중 하나를 가지고 있으며, X 염색체에는 면역과 관련된 유전자가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X 염색체를 두 개 갖고 있어 면역 반응을 조율하는 ‘색깔 팔레트’가 더 다양하고, 일부 유전자가 동시에 활성화될 경우 더 강력한 면역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호르몬 역시 면역 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은 단순히 생식 기능을 넘어서, 면역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켜거나 끌지, 혹은 어느 정도 활성화할지를 결정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같은 유형의 면역세포라도 남성과 여성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여성은 두 개의 X 염색체 중 어느 하나를 무작위로 ‘켜기’ 때문에, 조직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면역세포가 혼합된 모자이크 형태의 면역 환경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여성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방어에 강점을 보이지만, 반대로 쇼그렌증후군, 전신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성별 차이가 암 면역치료 분야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샤르마 부교수는 “성별에 따른 면역 반응 차이를 이해하면, 환자별 맞춤형 면역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며 “암을 억제하는 면역반응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 성별 요인을 반영한 정밀의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양 상태, 화학물질 노출 같은 환경적 요인, 그리고 피부·장내 미생물군의 차이도 성별 면역 반응 차이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다층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질병 취약성과 치료 효과를 바꾸기 때문에, 향후 연구에서는 면역세포·호르몬·환경을 모두 고려한 통합 분석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LJI 연구팀은 이러한 기초 연구가 감염병, 자가면역질환, 암 치료법 개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별 맞춤형 의료는 ‘모두에게 동일한 치료’에서 벗어나, 개인의 면역 특성을 반영한 정밀 치료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