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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은 끈적한 점액이 폐 속에 쌓여 세균을 가두고, 시간이 지날수록 폐 손상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 질환이다. 최근 원인 단백질 결함을 바로잡는 ‘모듈레이터(modulator)’ 계열 신약이 등장하면서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지만, 기존에 보유하던 세균 감염이 치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와 아이오와대 연구팀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환자의 폐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부위별로 직접 샘플을 채취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신약 투여 전, 기관지 내시경(bronchoscope)을 이용해 폐의 손상 정도·감염·염증 수준이 서로 다른 부위를 채취했고, 1년 뒤 동일 부위를 다시 조사해 감염 지속 여부와 관련 요인을 분석했다.


기존 학계에서는 손상이 심한 폐 부위가 감염을 청소하지 못해 세균이 남는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이를 뒤집었다. 워싱턴대 폐질환 전문의 시드 카프나다크 박사는 “감염이 사라진 환자에서는 폐 염증이 거의 완전히 해소돼 향후 손상 진행이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며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그러나 “감염이 남아 있는 환자들은 손상이 거의 없는 폐 부위에서도 감염과 염증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폐 손상 부위가 감염 지속의 유일한 원인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세균이 손상 부위에서만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건강한 부위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유전학자 앨리슨 페더 박사는 “손상 부위가 초기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이후 세균이 폐 전체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세균이 폐 모든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전을 규명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임을 보여준다. 워싱턴대 미생물학과의 프라딥 싱 교수는 “세균이 최소한의 손상 부위에서도 강력한 약물 치료를 견디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취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를 이해해야 감염 완전 제거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사만다 더피 박사는 “이번 성과로 폐 감염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이 많다”며 “감염 기전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향후 치료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학술지 ‘Cell Host & Microb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