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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만성 피로 증후군(ME/CFS)은 피로, 인지 저하, 수면 장애, 현기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난치성 질환으로, 현재까지 명확한 실험실 진단법이 없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코넬대학교 연구진이 세포 유리 RNA(cell-free RNA) 분석을 통해 이 질환의 주요 바이오마커를 규명하고, 이를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 분류 모델을 개발하면서 새로운 진단 가능성이 제시됐다.


세포는 수명이 다하면 혈장 속에 RNA를 방출한다. 이 RNA는 유전자 발현, 세포 신호, 조직 손상 등 다양한 생물학적 변화를 반영하는 분자 지문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무세포 RNA를 환자와 건강 대조군의 혈액 샘플에서 분리·시퀀싱해 전사체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ME/CFS 환자에서 700개 이상의 전사체가 대조군과 유의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데이터는 여러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되어 ME/CFS 환자의 면역 체계 조절 장애, 세포외 기질 불균형, T 세포 소진 징후를 반영하는 분류 모델로 구축됐다. 특히 형질세포양 수지상 세포 비율이 환자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이 과도하거나 장기화된 상태를 시사한다. 단핵구, 혈소판, T 세포 하위 집단 등 다른 면역 세포에서도 차이가 관찰돼 질환의 전신적 면역 이상이 드러났다.


분류 모델은 ME/CFS를 77% 정확도로 판별했으며, 이는 아직 임상 진단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동안 진단이 어려웠던 질환 연구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향후 장기 코로나19(Long COVID)와 ME/CFS의 구분에도 이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됐으며, 코넬대 생체공학과 드 블라맹크 부교수와 농업생명과학대학 모린 핸슨 교수 연구팀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핸슨 교수는 “ME/CFS는 신경계, 면역계, 심혈관계 등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질환”이라며 “혈장 분석은 다양한 장기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한 번에 포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가 ME/CFS에 대한 실험실 기반 진단 검사를 현실화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