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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의 대체재로 자리 잡으며 청소년과 젊은 성인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는 ‘클리어(clear)’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전자담배가 등장했는데, 이 제품이 예상보다 훨씬 큰 심혈관계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예일대학교와 보스턴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클리어’ 전자담배가 일반 가향 전자담배나 사용하지 않은 경우보다 혈압과 심박수를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진행된 CITU 2.0 프로젝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18세에서 45세 사이 성인을 모집해 ‘클리어’ 전자담배 사용자, 일반 가향 사용자, 비사용자 그룹으로 나누어 급성 노출 후 혈역학적 변화를 측정했다. 참가자들은 음식과 카페인, 흡연, 운동을 일정 시간 제한한 뒤 10분 동안 구조화된 방식으로 흡입을 진행했고, 그 결과 ‘클리어’ 제품을 사용한 그룹에서 수축기·이완기 혈압과 평균 동맥압, 심박수가 가장 크게 상승했다.


화학 성분 분석 결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클리어’ 전자담배 액상에는 멘톨과 함께 합성 청량제인 WS-3, WS-23이 다량 검출됐다. 이 성분들은 민트 향은 없지만 체내의 TRPM8 냉각 수용체를 자극해 시원한 느낌을 주는 물질로, 기존에는 ‘아이스’ 전자담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던 제품에서 흔히 발견됐다. 연구진은 19개 기기를 분석한 결과 전량에서 WS-23이 검출됐으며, 다수 제품에서 WS-3와 멘톨, 그 외 다양한 향료 물질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니코틴 함량 역시 28~53mg/g로 나타나 기존 JUUL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단순히 마케팅 용어처럼 보였던 ‘클리어’라는 이름이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린 전략임을 보여준다. 매사추세츠주는 2020년부터 멘톨을 포함한 모든 가향 담배 판매를 금지했으나, ‘투명’ 또는 ‘기타 쿨링’으로 분류된 제품은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향료가 배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합성 청량제를 첨가해 사용자가 시원하고 중독성 있는 흡입 경험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 셈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공공 보건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강조했다. 합성 청량제가 포함된 전자담배는 기존 가향 제품과 마찬가지로 혈압과 심박수 상승을 유발해 심혈관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청소년과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흡연 유도 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료 금지의 실효성을 높이고, 새로운 합성 물질의 사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클리어’ 전자담배와 같은 제품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협회 저널에 게재되었으며, 합성 청량제가 담배 규제 정책의 허점을 파고든 대표적 사례임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의 새로운 성분과 시장 변화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하며, 청소년 보호를 위해 더욱 강력한 공중보건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