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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대응해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에서 자사 의약품 가격을 올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회사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 내 약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다른 선진국에서 지불되는 비용이 상향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릴리는 이번 조치의 일환으로 영국 정부와 합의해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의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접근성은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미국 내 가격 인하 대신 해외 시장의 가격 인상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미국 내 약가 구조가 복잡하고 불투명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릴리는 성명에서 “미국 의료 시스템은 교차 보조, 340B 프로그램 남용, 환자들의 보험 본인부담 구조 등으로 인해 단순히 약가를 내리기가 어렵다”며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최혜국 약가제(Most Favored Nation Rule)’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지불하는 약가를 다른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과 연동하겠다는 정책으로, 연방정부와 제약사 간의 직접 협상을 촉진하고 환자들에게 더 낮은 가격의 의약품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행정부는 2주 전 주요 제약사 17곳의 CEO에게 서한을 보내 정책 준수를 요구하며 협조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 정책은 또한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과 맞물려 제약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다국적 제약사들은 미국 내 생산 투자 확대를 약속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릴리 역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제조 투자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회사는 성명을 통해 “의약품에 대한 세금은 비용을 높이고 환자 접근성을 제한하며, 이미 국내 생산에 적극 투자하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관건은 유럽을 포함한 국가들이 릴리의 가격 인상 요구에 어떻게 반응할지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국가 단위로 의약품 가격을 협상해 온 만큼, 가격 인상이 단기간 내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약가 협상은 단순한 기업과 정부 간 거래를 넘어 정치·사회적 파급력을 갖는 사안이어서, 릴리의 전략이 실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글로벌 제약사와 각국 정부 간 갈등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약가를 낮추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해외 가격을 인상해 대응한다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블록버스터 약물인 마운자로가 당뇨병 환자 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결국 이번 사태는 약가 정책을 둘러싼 국제적 힘겨루기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 내 정치적 이해관계와 글로벌 제약사의 수익 전략이 맞물리면서,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하려는 환자 중심의 시각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릴리의 결정이 향후 국제 의약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 세계 보건 당국과 환자단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