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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제약업계가 중국 바이오테크의 빠른 성장세에 긴장하고 있다. 화이자 최고경영자(CEO) 알버트 불라는 최근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중국이 바이오 분야 여러 영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가 공감하는 몇 안 되는 사안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경고음을 울렸다.


불라 CEO는 다만 미국 의회가 우려하는 초점은 미국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문제이지, 중국에서 개발된 의약품을 미국이 도입하는 사례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발굴된 신약을 도입하는 라이선스 거래가 급증했지만,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별다른 비판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바이오 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 지원과 유연한 규제, 그리고 우수한 인력 풀을 기반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까지 잇따르며 미국의 전통적 우위를 위협하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제약업계가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개발된 약물이었으며, 이는 불과 2년 전인 2023~2024년의 21%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화이자는 지난 5월 중국 선양의 3SBio와 다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 치료제 계약을 체결했다. 불라 CEO는 이 약물이 향후 화이자의 종양학 전략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중국은 임상시험 건수에서 이미 미국과 대등한 수준이며, CRISPR 유전자 편집과 구조생물학 분야 학술지 논문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에는 미국보다 더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성과는 민간 투자 유입으로 이어지며 중국 바이오 생태계의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자국 바이오 산업이 장기적인 투자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공세가 맞물리면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초당적 위원회는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결정적 우위를 잃을 수 있다”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가 차원 투자와 전략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주요 목표로 삼으면서도 과학 연구 예산을 삭감하고 관련 기관 규모를 축소해 업계 반발을 사고 있다. 의회에서는 중국과의 데이터·지식재산 공유를 막기 위한 ‘바이오시큐어법(Biosecure Act)’이 발의됐으나, 지난해 논의가 지연되며 사실상 좌초됐다.


최근 통과된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 법안은 일부 숨통을 틔워주었다. 해당 법안으로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비용을 수년간 분할 상각하지 않고 즉시 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라 CEO는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이라며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임상을 진행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을 늦출 수는 없다. 그들은 이미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나아지는 것뿐이고, 그것이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회와의 대화에서 3SBio와의 거래가 문제 삼아지지 않았음을 언급하며 “우리가 기술을 준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약을 전 세계적으로 개발하고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 없이 민간 역량에만 의존한다면 중국의 빠른 추격을 막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양국 간 경쟁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적 힘겨루기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