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1.jpg\"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조마 로열티(Xoma Royalty Corporation)가 최근 몇 년간 상장 후 부진을 겪어온 바이오텍 두 곳, 힐레백스(HilleVax)와 라바 테라퓨틱스(Lava Therapeutic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시장에서 ‘바이오텍 좀비’로 불리는 자금 대비 기업가치가 낮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형 인수로 주목된다.


조마는 힐레백스 주주들에게 주당 1.95달러를 제시했으며, 계약 체결 시점에 1억300만 달러 이상 보유한 현금 자산의 일부, 보스턴 사무실 임대 계약 절감액의 일정 부분, 그리고 노로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매각 시 발생하는 수익의 90%를 추가로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힐레백스는 2022년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위장염 예방 백신 개발을 목표로 나스닥에 상장해 2억 달러를 조달하며 주목받았다. 일본 제약사로부터 해당 백신 후보를 라이선스 인해 개발을 추진했으나, 임상 2상에서 효과가 입증되지 못하면서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영유아 대상 개발 계획도 철회했다. 이후 전체 인력의 40%를 감축하며 전략적 대안을 모색해 왔다.


네덜란드 기반의 라바 테라퓨틱스 인수 조건은 다소 복잡하다. 조마는 우선 주당 1.16달러를 지급하고, 향후 상황에 따라 최대 0.08달러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파트너사들과 공동 개발 중인 프로그램과 자체 파이프라인 자산 매각에서 발생하는 순수익의 75%를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권리(Contingent Value Right)도 부여했다.


라바는 감마 델타 T세포를 활용하는 이중특이항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항암제를 개발해 왔다. 화이자와는 고형암, 존슨앤드존슨과는 혈액암을 대상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과거에는 시젠(Seagen)에 전임상 자산을 라이선스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주력 파이프라인 임상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자 지난 2월 전체 직원의 30%를 감축했고, 결국 전략적 매각을 선택하게 됐다.


조마의 오언 휴스 CEO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인수 구조는 라바와 조마 주주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가 실패한 파이프라인을 가진 기업들에게 일종의 출구 전략을 제공하는 동시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잔여 자산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고 분석한다.


최근 몇 분기 동안 힐레백스와 라바처럼 연구 성과 부진으로 기업가치가 보유 현금을 밑도는 바이오텍들이 속출하면서, 업계에서는 해산 후 현금 반환 요구나 역합병, 혹은 이번 사례처럼 매각을 통한 정리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 콘센트라 바이오사이언스(Concentra Biosciences)는 카고 테라퓨틱스, 엘리베이션 온콜로지, 알라코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바이오텍 구조조정 전문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사모펀드 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뛰어들고 있다. KKR은 최근 헬스케어 로열티 파트너스의 지분을 대거 인수했으며, 올해 초 알리스 바이오사이언스가 신생 펀드를 조성해 ‘묶여 있는 자본’을 풀어내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벤처캐피털 역시 신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르비메드(OrbiMed)는 18억60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펀드를 출범시켜 초기 바이오텍에 비희석성 자금 지원과 로열티 기반 파이낸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 사례는 글로벌 바이오 산업에서 실패 기업 처리 방식이 점차 제도권 내에서 체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자본 시장과 제약·바이오 생태계가 긴밀히 맞물리며,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파이프라인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