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_photograph_captures_a_panel_discussion_or_press_compressed.jpg\"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격 해임당한 질병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위원 17명이 새로운 대체 기구 설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7일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공동 기고문을 발표하며, “연방정부와 독립적으로라도 기존 위원회를 대신할 구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CIP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백신 권고안을 제시하는 핵심 자문기구로, 임상·역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백신의 효용과 위험을 평가하고 권고 지침을 제정해왔다. 이 권고안은 보험 적용 범위나 국가적 백신 정책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그러나 케네디 장관은 지난 6월 기존 위원들을 전원 해임하고, 백신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해온 인사 7명을 새 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들 중 일부는 과거 백신에 대한 허위 주장을 펼친 전력이 있어 논란이 컸다.


새롭게 구성된 위원회는 첫 회의부터 잡음이 일었다. 회의 연설자로 초청된 린 레드우드 전 ‘아동건강수호(Children’s Health Defense)’ 대표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발표를 진행했고, 일부 자료에는 잘못된 인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회의에서는 특정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의심하는 발언이 잇따랐으며, 이미 수십 년간 과학적으로 검증된 티메로살(Thimerosal) 보존제 제거를 권고하는 결론까지 도출됐다.


전직 ACIP 위원들은 NEJM 기고문에서 “철저히 검증된 기존 절차가 해체되고, 경험 부족과 편향된 패널로 대체되면서 위원회의 신뢰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 학회들의 연합체를 구성해 권고안을 조율하거나, 외부 감시 기관을 신설해 새 ACIP의 지침을 검토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기존 ACIP 운영 방식과 동일한 병행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상당한 자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일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네소타대학의 전염병 전문가 마이클 오스터홈 교수가 주도하는 프로젝트가 독립적 권고 체계를 마련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케네디 장관의 일련의 조치는 의료계와 의회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상원 보건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인사 조치를 정식 조사하기로 했으며, 일부 해임된 위원들은 케네디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원고 중 한 명이자 ACIP 연락위원이었던 제이슨 골드만은 “이번 변화는 미국 공중보건 시스템에 심각한 혼란과 불신을 초래했다”며 “위원회 절차가 특정 의도를 가진 세력에 의해 장악됐다”고 비판했다.


FDA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스탠리 펄먼 역시 “위원회 해산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될 정도로 내부 소통이 차단됐다”며 “정상적인 사전 준비 절차 없이 회의가 열렸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장관은 ACIP뿐 아니라 미국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 CDC 산하 다른 자문기구들까지 교체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미국 백신 정책 결정 과정의 공신력이 무너지고, 향후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특정 인사의 교체를 넘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공중보건 정책이 정치적 성향에 의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백신 정책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대체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