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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제약업계가 중국 바이오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화이자 알버트 불라(Albert Bourla) 최고경영자는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이 바이오 분야에서 우위를 점해가고 있다”며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공감하는 드문 사안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의회가 중국의 급성장 자체보다 오히려 자국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부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바이오 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 지원, 규제 유연성, 숙련된 인력 등을 기반으로 급격히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대규모 기술 이전 계약과 신약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며 미국 제약사의 전통적 우위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제약업계 라이선스 계약 중 3분의 1이 중국에서 발굴된 신약과 관련된 것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비중이 크게 늘었다.


화이자는 지난 5월 중국 선양에 본사를 둔 3SBio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항암제 계약을 체결했다. 불라 CEO는 “우리가 무언가를 내준 것이 아니라 중국 기업의 약물을 글로벌로 개발하고 미국에서 생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미국 내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형 계약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미국 중소 바이오기업의 입지를 더욱 좁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라 CEO는 중국의 연구개발 지표가 이미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임상시험 건수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CRISPR 유전자 편집과 구조생물학 분야 학술 논문의 상당 부분을 중국 연구자가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연구자들이 올해 미국보다 더 많은 특허를 출원하면서 민간 투자자본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정부에도 같은 설명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내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미 의회 초당적 위원회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정부 투자가 없으면 미국은 바이오 분야의 우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과학 연구비 축소, 규제기관 축소 정책을 추진해 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 통과된 세제 개편 법안은 연구개발 비용을 즉시 공제할 수 있도록 해 일부 제약사들에게 숨통을 틔워줬다.


현재 의회 논의의 초점은 중국으로의 지식재산·데이터 유출 방지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에는 특정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제한하는 ‘바이오시큐어 법안’이 추진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반면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와 개발 기간 단축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 정책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은 임상개발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미국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불라 CEO는 “중국 기업을 늦추는 건 불가능하다. 그들은 이미 뛰어나다”며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그보다 더 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단순히 방어적 접근이 아니라 연구 환경과 산업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중국 바이오 산업의 부상은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 글로벌 생명과학 패권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미국 제약사와 정치권이 어떤 대응 전략을 마련할지, 향후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지형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