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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비만은 이미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 위기로 자리 잡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심혈관 질환, 당뇨병, 암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비만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 식습관인지, 혹은 운동 부족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져 왔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한 보다 명확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연구는 6개 대륙 34개 집단, 18세에서 60세 사이의 성인 4,2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수렵 채집 사회, 유목 사회, 농경 사회, 그리고 산업화된 사회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들의 총 에너지 소비량, 기초 에너지 소비량, 활동 에너지 소비량을 정밀 분석하고, 체지방률과 체질량 지수(BMI)와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또한 경제 발전 정도를 고려하기 위해 유엔 인간개발지수를 활용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선진국일수록 체질량 지수와 체지방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에너지 소비량 자체도 선진국에서 높게 측정되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비만이 단순히 운동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연령, 성별, 체형 등 다양한 요소를 보정한 후에도 활동 에너지 소비량은 선진국에서 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비만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운동량 부족’이 아니라 ‘과잉 칼로리 섭취’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연구는 초가공식품(UPF)의 섭취와 비만의 상관관계를 지적했다. 가공육, 즉석식품, 스낵류와 같은 고열량 식품은 체지방률과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이 높은 에너지 밀도와 빠른 흡수율, 그리고 포만감 신호를 방해하는 특성 때문에 과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공 과정에서 체내 흡수되는 칼로리의 비율이 높아져, 동일한 양을 먹어도 더 많은 에너지가 체지방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번 연구는 비만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운동은 여전히 건강 관리에서 필수적이며, 정신적·신체적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지만, 비만 자체를 설명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식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동 독려뿐 아니라 초가공식품 소비를 줄이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데 정책적·사회적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결국 비만 문제의 해답은 단순히 더 많이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있다. 현대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초가공식품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비만 예방과 관리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