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mix-studio-NztECzFtPyw-unsplash.jpg\"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로 꼽히며, 조기 발견 여부가 치료 성패와 직결된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는 인공지능(AI)이 유방암 검진 과정에서 기존의 이중 판독 시스템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종양을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라드바우드대학교 의료센터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The Lancet Digital Health에 발표한 이번 결과는 향후 검진 체계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근거로 평가된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표준 절차에 따라 두 명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모든 유방 촬영 영상을 검토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4만 2천 건의 검진 영상을 AI 기반 시스템으로 분석하고, 여성들을 약 4년 반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AI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검토한 경우 단독 판독보다 더 많은 종양이 조기에 발견됐다. 이는 AI가 때로는 전문의가 암으로 인식하기 전 단계의 미세한 병변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기에는 위양성으로 분류된 병변이 시간이 지나면서 종양으로 확인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리체 만 교수는 “AI는 전문의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조기 암 발견 가능성을 높인다”며 “특히 임상적으로 중요한 침습성 종양을 더 빨리 찾아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치료 부담 완화로 이어진다. 더불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일일이 이중 판독을 수행할 필요가 줄어드는 만큼, 의료 현장의 업무 효율성 향상과 연간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AI의 실제 도입 가능성은 이미 스웨덴에서 입증되고 있다. 스웨덴은 일부 지역에서 두 번째 판독을 AI가 대신 수행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불확실한 경우에만 전문의가 추가로 개입한다. 이 방식은 불필요한 추적 검사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조기 종양 발견률을 높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 연구는 이러한 결과를 국가 단위에서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네덜란드에서 AI 도입은 아직 현실화되지 못했다. 검진이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스웨덴과 달리, 네덜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방대한 규모와 복잡한 IT 인프라, 그리고 제도적 지원 부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국가 차원의 자금 지원과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AI가 의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AI가 단순히 인간의 역할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임상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유방암 조기 발견은 환자 개인의 생존율을 높일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료 비용 절감에도 직결된다. 앞으로 각국의 제도적 뒷받침과 의료진의 적극적인 수용이 더해진다면, AI는 유방암 검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